유흥수 대사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오전 유흥수 신임 주일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면서 "내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이니까 가서 잘하시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사의 부임을 계기로 '사상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 관계가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유 대사와 가진 환담에서 "위안부 문제도 시급하고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도 잘 추진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15 경축사의 연장선상에서 한·일 관계를 잘 챙기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내년이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元年)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전보다 낮추는 모양새였다.

유 대사는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난 직후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나쁜 한·일 관계, 정상적이지 못한 한·일 관계가 더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두 정상이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등에서) 일본이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신임 주일 대사가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그는 "은퇴한 분을 포함해 인연이 있는 많은 (일본 측) 인사를 만나고 일본 언론과도 많이 접촉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병세 외교장관도 지난 9일 미얀마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11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지난 17일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을) 절대로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朴대통령, 軍통수권자로 23년 만에 수방사 지휘소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서울 수도방위사령부의 합동작전본부에서 공군복을 입은 채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이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이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은 작년 11월 박 대통령이 BBC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금 같은 역사 인식을 갖고 과거와 똑같은 발언을 반복한다면 정상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 라인에서는 "이제 한·일 관계가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단계'라는 취지의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에선 '11월 한·일 정상회담설(說)'이 흘러나오고 있다.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껄끄러웠던 한·일, 중·일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밑거름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한·일 재계 회의가 중단 7년 만인 오는 12월 서울에서 재개되는 등 민간 분야에서의 한·일 교류도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몇 개월 안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일단 일본 측의 관계 개선 의지는 이달 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4차 협의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