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오랫동안 푹푹 찌는 무더위 없이 여름이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연중 가장 더운 7~8월 태풍 너구리에 이어 태풍 나크리·할롱이 잇따라 한반도 근처를 지나며 비를 뿌리면서 올여름은 큰 더위 없이 가을로 접어들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9월 초 늦더위가 찾아올 가능성도 작아, 사실상 8월 말이면 여름 더위는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는 이처럼 여름이 선선해 열사병 등에 걸린 온열질환자(17일 현재 기준) 숫자도 작년(1070명)의 절반(537명)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보다 평균 4.3도 낮은 8월

올해 8월은 유독 더웠던 작년과 비교하면 기온이 4.3도나 떨어졌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올해 8월 1~17일 전국 최고기온 평균은 28도로, 작년 8월(32.3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8월 최고기온 평년 값(1981~2010년 평균, 29.8도)과 비교해도 1.8도 떨어진 것이다. 올해 여름 폭염(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일수(6.1일)는 작년(18.2일)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열대야(전날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를 기록한 일수도 작년 15.8일에서 올해 3.2일로 5분의 1 정도에 그쳤다.

기상청은 이처럼 올여름이 선선했던 까닭을 '태풍 효과'로 설명했다. 7월 말부터 태풍 나크리·할롱이 연이어 몰아닥치며 낮 기온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정현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올해 장마 기간엔 유독 비도 적고 날이 맑아 초여름 더위가 찾아왔지만, 한여름 기간 몰아친 태풍이 여름철 전체 기온을 끌어내리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여기에 적도 인근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도 올여름 무더위를 피하게 한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올여름 적도에서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무덥고 습한 더위를 불러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는 단 한 명

무더위가 한반도를 피해 간 덕분에 올여름 각종 온열질환(열사병·열탈진·열경련 등)에 걸린 환자는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온열질환자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537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070명) 대비 50.2% 수준에 그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환자가 단 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사망자(11명)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곽진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대응TF 팀장은 "올해 여름에는 태풍이 지나며 기온이 떨어진 데다가, 정부와 각 지자체가 무더위 쉼터를 만들고 독거노인을 돌보는 등의 노력을 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에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특히 남부 지방엔 20일까지 비가 이어지며 국지적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시간당 30㎜가 넘는 '물 폭탄' 수준의 강한 비가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