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골프 사상 63년 만에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뤘던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자신의 메이저 5승째를 이루며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세리(37)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혼 날짜를 10월 13일로 잡고 대회장에서 동료에게 청첩장도 돌렸던 박인비는 "결혼을 앞두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결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스윙코치인 약혼자 남기협 프로와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18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파72·6717야드)에서 막을 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1타 차 공동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박인비는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연장에 들어가 첫 홀에서 파를 지키며 보기에 그친 린시컴을 꺾고 우승했다.
작년 이 대회에서도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했던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2003~ 2005년 3연패를 이뤘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9년 만에 타이틀을 방어한 선수가 됐다. 박인비는 "올해 최고 목표로 삼았던 브리티시오픈에서 마지막 라운드 역전패를 당한 뒤 마음이 아팠지만 이번 우승으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2연패를 이룬 박인비는 자신이 거둔 LPGA 투어 11승 가운데 5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했던 박인비는 2013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승을 올린 데 이어 이날 1승을 추가했다.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메이저 대회 5승을 기록했다.
여자 골프에서 메이저 최다승 기록은 1930~1950년대 활약했던 패티 버그(미국)가 거둔 15승이다. 하지만 여자 골프의 메이저 대회가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춘 1990년대 이후만 따지면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이 10승(역대 4위 기록)을 기록했고, 줄리 잉스터(미국)와 카리 웹(호주)이 7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년간 메이저 4승을 거둔 박인비는 샷의 정교함과 클러치 퍼팅(승부를 가르는 퍼팅) 능력이 뛰어나 빠른 속도로 소렌스탐의 기록에 다가설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주 마이어 클래식에서 이미림에게 연장전 끝에 패했던 박인비는 이날 별명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다운 냉철한 승부사 기질을 다시 보였다.
16번홀까지 선두 린시컴에게 2타를 뒤졌던 박인비는 까다로운 17번홀(파4)에서 5.4m 버디 퍼트를 잡아냈고, 18번홀(파4)에서는 4.5m 파퍼트에 성공했다. 반면 린시컴은 18번홀(파4) 그린 주변 10.5m 거리에서 3퍼트를 해 연장으로 끌려갔다.
박인비는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어프로치샷에 이어 1.2m 파퍼트에 성공했다. 린시컴은 정규 라운드 18번홀과 비슷한 거리에서 웨지로 세 번째 샷을 해 1.8m에 붙였지만 파퍼트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까지 4개 메이저를 모두 미국 선수가 우승하는 '아메리칸 슬램'을 막아낸 박인비는 "9월에 열리는 마지막 5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인비는 세계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최연소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리디아 고(17)는 17·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해 3위(8언더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