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는 19일 바둑에 소중한 하루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코엑스 몰에서 치러질 이날 행사의 슬로건은 '바둑을 통해 수학을 알린다'이다. 이번 전체 일정 9일 동안 초대된 이종(異種) 학문 분야는 오직 바둑뿐이다.

행사는 3개의 대중 강연과 다면기(多面棋), 이벤트 등 크게 3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401호실서 진행될 대중 강연 첫 순서는 세한대 이병두 교수의 '바둑 속의 수학'. 이 교수는 200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당시 학위 논문 주제가 바둑이었다.

프로기사 중 인공지능 분야 1인자로 통하는 김찬우 六단은 바둑 급수 체계 현황과 개선책을 제시할 예정. 버클리대 수학 박사를 거쳐 현재 금융계에 종사 중인 김용환 박사는 '조합게임이론'이란 응용수학 이론으로 바둑과 수학의 실전적 접목을 소개한다. 3개 강연은 한국어로 하되 영문 자막이 제공된다.

수학의 기본은 숫자이고, 바둑 게임은 숫자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19일 세계수학자대회서 바둑과 수학이 만난다. 이미지는 17일 벌어진 TV아시아 준결승 이세돌 대 이야마 전의 사이버오로 중계 화면.

403호실에선 오후 4시부터 다면기가 펼쳐진다. 바둑 행사장 단골 메뉴지만 대진표(?)가 '프로기사 대 수학자'이고 보면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김효정 박지은 등 바둑 대가들이 1인당 6명씩 수학 전공 학자를 맡아 동시 대국을 펼친다. 30명 선착순 공고가 나가자 가장 먼저 마감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다.

신청 이유도 다채롭다. "행사 기간에 바둑 다면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이창호의 광팬인데 소원을 풀게 됐다."(보스턴대·리타오) "바둑의 조화(調和)와 논리적 구조에 매료됐다. 이번 기회에 실력을 높여 독일 바둑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다."(테쉐케 올라프·FIZ칼스루에대)

출전자들의 실력은 18급에서 7단까지 천차만별. 물론 치수(핸디캡)를 적용해야 한다. 아마추어 7단이면 프로에게 3점 안팎이니 아홉 점으로 버티려면 최소 아마 초단은 돼야 한다. 하급자들이 많아 프로들이 오히려 몇 점을 접어줘야 할지 고민할 판이다.

비슷한 시각 4층 로비에선 바둑 용어(用語), 묘수풀이, 영토 개념 등을 놓고 프로와 아마가 함께 호흡하는 이벤트가 마련된다. 최고의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온 조혜연 九단과 최동은 초단이 강사로 나설 예정. 둘은 4층 복도에 PDP TV로 송출될 3판의 다면기 해설 서비스도 진행한다.

한국기원 김종렬 전략기획실장은 "수학자 중 바둑 애호가가 엄청 많은 데 놀랐다. 수학은 바둑의 비밀 규명에도 큰 몫을 할 것이 확실해 두 분야 융합 행사를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 학술 행사 때 수학이 등장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