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교황은 방한 이후 처음으로 대중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초 계획과 달리 헬기 대신 KTX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했다. 대전역에 도착해선 전날과 마찬가지로 쏘울 자가용을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20분쯤 경기장에 도착한 교황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5만여 신자들의 환영 속에서 싼타페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환영 인파를 지나다 잠시 멈춰 한 남자 아기의 머리에 키스하며 축복하기도 했다. 교황은 신자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느라 경기장에 들어서는 데만 10분 정도 걸렸다.

미사는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입당성가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교황은 교구 사제단과 한국, 아시아 주교단과 중앙 통로로 입당해 제대 주위에 분향하며 예물과 기도가 하늘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제대는 남북화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색동 이미지를 담았다.

교황과 공동집전자들은 제대 앞에 서서 성호경을 긋고 죄를 반성하는 고백기도와 자비송, 대영광송을 올렸다. 교황은 강론에서 이탈리아어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는 약 1시간 40분동안 거행되고 오후 12시 30분쯤 마무리됐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오늘 우리가 드리는 이 미사가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빛과 썩지 않을 소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오전 4시부터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경기장 부근 교통이 통제되면서 단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사람들이 많았다. 일찌감치 들어선 참석자들은 오전 6시부터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교황 방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대전 가톨릭 소년소녀 합창단과 대전교구 도나데이 합창단, 가수 인순이, 소프라노 조수미 등이 펼친 공연도 다채로웠다. 조수미는 “교황님 앞에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 앞에서 노래하는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미사 전 제의실에서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과 유족, 생존 학생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은 노란 리본과 팔찌, ‘세월호 십자가’를 건넸고, 교황은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교황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미사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금이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올리고 싶다”며 “꼭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 제대로 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교황님께 간곡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