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얼마 전 친한 친구로부터 SNS 모임에 가입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많아지기도 하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랜 유학 생활의 공백도 있었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친구가 별로 없다. 그래도 꾸준히 만나는 친구는 중학교 동창 네 명이다.

가끔 만나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짬뽕 국물에 고량주를 몇 병 마시고 얼큰해져서 당구를 친다. 나는 의자에 앉아 친구들이 당구 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아옹다옹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달라진 게 없는 놈들의 모습에 가끔 짠하다는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 친구 중 유일하게 만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가끔 저녁을 먹는다. 그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밤에 주차장에서 일해야 해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친구가 조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또 짠한 생각이 든다.

대학 친구들과는 집단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나는 대화에 참여하기보단 대화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가끔 번개 모임을 하지만 늦게까지 연구실에 있다 보면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골프에 가끔 초대를 받지만 골프를 못 치니 참가할 수 없다. 연말에나 한 번 볼까 거의 보지 못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V자를 그리며 술집에서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면 낯설지가 않고 웃음이 나온다. 사진을 보면서 이놈들 역시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또 짠한 마음이 든다.

부모님과는 요즘도 유선 전화로 통화한다. 하루라도 거르면 말씀은 안 해도 섭섭해하시는 눈치다. 구식 집 전화로 하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하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유선 전화를 고집하신다. 사진도 보내드리고 싶고 유용한 정보도 보내 드리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가끔 비가 오거나 하면 구식 전화가 망가지기도 한다. 그러면 불안해지고 마음 급한 내가 고장 신고를 한다. 그럴 때면 답답해 화가 나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아버지다워 좋기도 하고 짠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멀리 있어도 실시간으로 누가 뭘 먹고 무엇을 하는지 다 알 수 있다. 전혀 외롭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연구실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외로워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