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현지시각)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WHO의 발표가 있기 수 시간 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선교 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실험용 약 지맵을 공급받았던 스페인 신부는 사망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유럽인이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HO는 앞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을 더 광범위하게 사용해도 되는지를 논의했다. WHO는 12일 낸 성명에서 "윤리위원회는 이번 에볼라 발병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아직 약효와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잠재적 치료제 또는 예방 수단으로서 입증되지 않은 약을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WHO 윤리위원회는 검증되지 않은 약물 사용은 윤리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없다. WHO는 서아프리카 4개국(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1013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 기니 동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이후 감염자 중 절반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WHO는 지난주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세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이날 스페인 보건 당국은 마드리드의 병원에 있던 미구엘 파하레스(75) 신부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파하레스 신부는 라이베리아에서 비정부단체 활동을 하던 중 에볼라에 감염됐다. 그는 이달 7일 치료를 위해 스페인으로 송환됐다.
뉴욕타임스는 "파하레스 신부가 입원한 병원에 지맵이 공급된 것은 맞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파하레스 신부가 실제로 지맵을 투약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