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은 그 야만성과 엽기성이 과거의 군대 내 인권 사고들보다도 훨씬 심각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우리 군대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같은 군대 내 인권 문제를 군대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여대 이정표 교수는 "군대 내 인권 문제는 청소년 문제의 연장"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군이 이런 사고를 적극 예방하지 못하고 사고가 날 때마다 은폐를 시도한 것은 괘씸하다"면서도 "가해자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보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만 비난하기보다는 군과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홍두승 교수도 "(이번 사건이) 군이라는 환경에서 발생했으니 당연히 군에 1차적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군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면 (유사 사건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군과 같은 선진 군대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폭력이나 구타로밖에는 규율하기 어려운 지금의 군대 환경을 만든 것은 결국 복무 스트레스 아니겠느냐"며 "그렇다면 청소 같은 전투 이외 활동은 외주로 돌린다든지, 미군처럼 2~3인실 생활관을 도입하는 일종의 '병영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나라 군대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역 육군 중장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그런 실험이) 일시적으로 사고는 줄일 수 있지만 유사시에 전투력 발휘가 제대로 안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 일병 폭행을 주도한 이모 병장처럼 가학 성향이 있는 사람의 입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두승 교수는 "군에서 아무리 훈련과 교육을 한다 해도 인간의 본성이 21개월 동안 바뀌진 않는다"며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가학적인 사람은 징집 과정에서 걸러내고 복무 기간이 훨씬 긴 대체 복무로 돌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기시돼 온 모병제 논의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국방연구원의 A 연구위원은 "지금 우리 군은 한계 상황에 와 있다"며 "모병제를 도입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병제 도입 시 예산이 엄청나게 든다고 하는데, 그 비용보다 우수 자원들이 사회에서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처벌 위주 해법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보다 처벌 범위와 수위를 신경 쓰다 보니 '사건 발생'→'군 수뇌부의 석고대죄'→'눈치 보기 식 처벌'→'사건 재발'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비역 대령 출신인 국민대 박휘락 교수는 "여론이 무서워 처벌부터 해버리면 오히려 진상 규명이 어려워진다"며 "정확한 진상 규명 후 죄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합당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낮춰진 적이 없는 군 경계태세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경계태세를 낮춘 적은 없고 높이기만 했으니 초급 간부들이 병사들을 관리할 여유도 그만큼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