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였던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26)과 임준섭(25·KIA 타이거즈)의 선발 맞대결이 팽팽한 승부를 거듭한 끝에 사실상 승자없이 끝났다.
8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 KIA의 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광현과 임준섭은 모두 쾌투를 펼쳐 '타고투저' 시대에 보기드문 투수전을 선보였다.
사실 김광현과 임준섭의 맞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김광현이 우세해 보였다.
안산공고 졸업 직후인 2007년 SK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올해가 벌써 프로 무대 8시즌째다.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면서 SK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로 거듭났다. 게다가 최근 페이스도 무서울 정도였다. 김광현은 7월 한 달 동안 3경기에 등판해 패배없이 3승 평균자책점 1.42의 성적을 거뒀다. 8월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NC전에서도 7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대졸인 임준섭은 올해가 1군 무대 2년째다. 김광현과 나이차는 적지만 프로 경험이 김광현보다 한참 적다. 임준섭은 올 시즌에도 선발과 중간을 오갈 정도로 아직 완전히 자신의 자리는 잡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만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11승6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임준섭의 올 시즌 성적은 4승6패 평균자책점 5.66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임준섭이 당당하게 김광현에게 맞서면서 팽팽한 맞대결이 펼쳐졌다.
117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를 펼친 김광현은 7⅔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호투하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1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임준섭은 팀의 리드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프로 데뷔 이후 개인 최다 이닝인 8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됐다. 임준섭이 8이닝을 책임지는데 필요한 투구수는 91개 뿐이었다. 그는 삼진 5개를 잡은 반면 볼넷은 1개만을 내줬다.
김광현은 150㎞ 중반대에 육박하는 직구와 주무기인 예리한 슬라이더로 KIA 타선을 요리했다.
같은 왼손 투수인 임준섭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중반대였으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SK 타자들을 현혹했다. 슬라이더의 예리함은 김광현을 따라오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체인지업이라는 좋은 무기 또한 있었다.
1회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김광현이 1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낸 반면 임준섭은 1회말 이명기와 조동화를 안타와 야수선택으로 내보내며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조동화가 견제사로 죽는 등 SK 타선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흐름은 팽팽하게 전개됐다.
김광현은 신종길의 빠른 발에 당하면서 먼저 KIA에 점수를 내줬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신종길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도루를 허용한 후 폭투를 던져 신종길을 3루까지 보냈고, 안치홍의 땅볼 때 득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임준섭은 팀의 리드를 그리 오래 지키지 못했다. 그는 5회말 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위기를 만든 후 임훈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이후 먼저 흔들린 것은 김광현이었다. 6회 또 다시 신종길에게 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도루를 허용해 2사 2루의 위기를 만들더니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헌납했다.
반면 임준섭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6~7회 한 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임준섭은 8회 스스로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
안타로 내보낸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도루를 허용해 2사 2루를 만든 임준섭은 이명기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헌납하고 말았다. 임준섭은 9회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개인 승패에서는 무승부였지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임준섭이었다.
KIA는 연장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거둬 6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탠 임준섭도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다.
임준섭은 "개인 승리를 떠나 팀이 연패를 끊어 매우 기쁘다. 등판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팀 연패를 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며 "오늘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좋아 호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이스를 내고도 패배한 SK로서는 아쉬움이 두 배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에이스가 나온 경기를 지면 타격이 크다"고 했던 SK 이만수(56) 감독의 얼굴에도 짙은 아쉬움이 배었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좋은 피칭을 보여줬는데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