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래건 사회부 기자

5일 군에 입대하는 1600여명의 청년이 모인 경기도 의정부 육군 306 보충대대. 28사단 윤 일병 사건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입소식 현장에서 기자는 그들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처음엔 "무사히 잘 다녀오겠다" "다들 다녀오는데 내가 잘하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중에는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달래는 장한 아들도 적지 않았다. "28사단 사건을 아느냐"고 묻는 기자가 부끄러울 만큼 패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20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역병으로 제대한 기자가 "나도 군대 가 봐서 잘 안다.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우실까 봐 말은 못했지만 솔직히 걱정된다"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쏟아졌다. 이모(21)씨는 "군에서 휴가 나온 친구들이 괜찮다고는 하지만, (윤 일병 사망 사고가 난) 28사단으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머리를 빡빡 깎은 이 청년들의 얼굴에선 불안함이 묻어났다. "윤 일병 같은 일이 나한테 생기면 맨몸으로 탈영하겠다"거나 "윤 일병은 집에도 말 안 했다는데 나는 무조건 말하겠다" "소원 수리부터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입대하는 벗을 배웅하러 온 청년들의 생각은 더 적나라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의정부까지 왔다는 강모(20)씨는 "평소 선임들이 어떻게 하길래 군대에서 자살 사고가 끊이지 않나 했는데 윤 일병 사고가 난 걸 보고 조금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우리한테까지 알려진 게 이 정도인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른 친구 김모(20)씨도 "이런 식이면 이게 나라 지키러 가는 건가, 맞아 죽거나 자살하러 가는 거지"라고 했다. 그는 또 "안 갈 수는 없지만, (윤 일병 사건으로) 솔직히 군대 가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엔 '군에서 시간 낭비만 하고 온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과거 한 대통령이 병역 의무를 두고 "뺑이 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까지 터졌으니 입대하는 청년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누가 탓할 것인가.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은 '나라 지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이런 생각으로 군대에 가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 그들은 전선에서 마주할 적보다 등 뒤, 내부의 적을 더 두려워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