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방국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각도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서방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신냉전주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커지는 상황이다.

◆ 중립국 스위스마저 러시아 제재 승인

중립국인 스위스도 EU의 러시아 제재 명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연방 각료회의는 이날 개인 26명과 기관 18개의 제재 명단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들 개인과 기관은 스위스 금융기관과 거래가 신규 금지된다. 스위스 연방 각료회의 관계자는 “EU의 제재 조치를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고 일부만 수용했다”며 “이는 스위스가 EU 제재안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조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중립국인 스위스가 EU의 제재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중립국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EU와 미국이 지난주 러시아 제재 조치를 확대 적용하면서 나온 변화다. 미국과 EU는 민항기인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격추당하자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친(親)러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애초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하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제재안 효과는 미미했다. 미국은 적극적이지만, EU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EU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오는 천연가스 등에 문제가 생겨 에너지 대란이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막살아나기 시작한 EU의 경제 회복세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하지만 말레이사 항공기 격추 사건으로 네덜란드를 포함한 EU 국민이 숨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외신들은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신(新) 냉전체제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고 전했다.

◆ “식자재 수입제재부터 항로운항 제한까지”…러시아도 맞불

느긋한 면모를 보이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도 빨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부과되는 서방의 제재안에 대응해 보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6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를 압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러시아 정부는 식자재 수입 등을 제한하고 항공로 사용을 가로막는 선에서 맞대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최대한 러시아 경제에 해가 되지 않은 선에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는 러시아가 유럽 항공기의 시베리아 항로 운항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베리아 항로의 이동이 금지될 경우 유럽 항공사는 우회 항공로를 택해야 하기 때문에 운항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또 러시아는 각종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명분은 식자재에 대한 위생 검역 강화지만 외신들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나라를 옥죌 때 전형적으로 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 조치로 미국 닭고기 업체는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닭고기 수출 2위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미국에서 13억달러의 식자재를 수입했다. 맥도날드와 KFC 등 패스트푸드점의 매출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이들 패스트푸드점의 치즈 관련 위생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폴란드의 과일과 채소의 수출길도 막혔다. 러시아가 폴란드 사과에서 과도한 농약이 검출됐다며 사과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사과 수출물량 중 75%가 러시아에 의존돼 있다는 점에서 폴란드 사과 농가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폴란드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앞장서면서 러시아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며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