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텍사스주 동쪽에 인접한 루이지애나주는 매년 수만 명의 인구가 텍사스로 빠져나가 골치를 앓고 있다. 루이지애나는 1인당 소득(2011년 중간값 기준)이 4만1734달러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44위다.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루이지애나를 떠나 일자리가 많은 텍사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텍사스 경제 성장의 비결은 과감한 감세 정책"이라며 주의회를 상대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폐지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7일 텍사스주 댈러스시 북쪽의 '얼라이언스 공항'. 미 남부 최대의 제조·물류 허브인 '얼라이언스 텍사스' 자유무역지대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 공항은 텍사스 경제 성장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공항 터미널 곳곳에서 페덱스와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항공기들에 화물을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연평균 4% 넘게 고속 성장
지역 내 총생산(GRDP)이 1조5499억달러로,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큰 텍사스주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최근 4년간 연평균 4%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텍사스주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경제성장률이 -0.5%로 떨어졌지만, 2010년 3% 성장률을 회복한 후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4.2%, 6.9%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전체 성장률(1.9%)은 물론, 우리나라 성장률(2.8%)보다도 높았다. 캘리포니아(2%)나 뉴욕(0.7%), 펜실베이니아(0.7%) 등 저성장을 겪고 있는 다른 주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텍사스 경제의 성공은 몇 년 전까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영화 코트라 댈러스무역관장은 "텍사스는 미국 내 원유 생산 1위로, 중동의 자원 부국처럼 셰일가스 덕을 본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셰일가스 혁명의 메카인 휴스턴뿐 아니라 IT(정보기술) 허브인 오스틴의 '실리콘 힐'과 통신·물류 허브인 댈러스 경제가 고속 성장하며 텍사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과 구글, 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텍사스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면서, 텍사스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이 미국 재계의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기업 빨아들이는 친기업 정책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는 지난 4월 27일 북미법인 본사를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주 플래노시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1957년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캘리포니아에 북미법인 본사를 둬왔다. 하지만 57년 만에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은 세금 부담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법인세(최고 세율 35%)와는 별도로 주정부도 법인세를 부과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주정부 차원에서 법인세 8.84%와 개인소득세 13.3%를 부과한다. 반면 텍사스주는 주정부 차원의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하는 대신 주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수입은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판매세와 재산세로 충당하고 있다. 댈러스 인근의 미국 최대 통신산업 클러스터인 '텔레콤 코리도' 투자 유치 담당인 리처드슨 시정부의 존 제이콥 국장은 "기업들이 많이 이전해 고용이 늘면 그만큼 소비가 늘고 집값도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 수입 차원에선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정부의 파격적인 현금 인센티브도 기업 유치에 한몫을 하고 있다. 텍사스는 매년 주정부 수입의 일정액을 기업 지원 펀드로 조성해 텍사스로 옮겨 오는 기업에 대해 최대 5000만달러까지 지원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텍사스 본사에 4000명을 옮기기로 하고, 1인당 1만달러씩 총 4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애플도 고용 창출 1인당 5800달러를 지원받기로 하고, 지난해 중국에 있던 맥컴퓨터 생산 공장을 텍사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작년 9월 댈러스 북쪽의 산업단지인 '얼라이언스 텍사스'에 모토롤라 스마트폰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적극적인 기업 유치에 힘입어 텍사스는 지난해 일자리 31만개를 비롯, 최근 10년간 2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29%가 텍사스에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