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LA 다저스)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마운드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표정변화가 크지 않고, 벤치에서도 아쉬운 경기를 펼쳐도 무덤덤하게 있는다.

그랬던 류현진이 보기 드물게 감정표현을 했다. 더그아웃에서 모자를 던지고, 또 글러브를 던졌다. 그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경기였다. 물론 남을 탓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로 등판, 7이닝 9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7이닝 이상 소화한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까지 달성했다.

그러나 잘 던진것과는 달리 13승 수확에는 실패했다. 2-1로 앞서던 7회 2사 1루에서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3개를 연속으로 던지다가 결정타를 허용했다.

계속되는 2사 3루 위기를 저스틴 터너의 호수비 덕분에 넘긴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는 더그아웃에 돌아가 모자를 벤치에 던지고, 또 글러브까지 집어 던졌다. 평소 류현진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유가 있다. 단지 13승 문턱에서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은 아니다. 평소 류현진은 승수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팀 동료의 도움으로도 승리를 얻을 수 있고,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보다는 승리 문턱에서 실투로 동점을 허용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보인다. 2사 1루, 아웃카운트 하나면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앞선 타석에서 안타 2개가 있었던 알칸타라를 상대로 체인지업 3개는 무리였다.

올해 류현진은 주무기 체인지업이 자꾸 공략당하고 있다. 1회 1실점도 스탈린 카스트로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맞았다. 동점 허용, 그리고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이 자꾸 공략당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더그아웃에서 표출한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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