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월 내놓은 부양책 효과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당장 추가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31일(현지시각) 7월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예비치)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 물가상승률(0.5%)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의 전망치(0.5%)를 밑돌았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10개월간 ECB의 목표치의 절반인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31일(현지시각)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을 향해 한 걸음 더 크게 다가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로존의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비오 포이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를 비롯한 물가가 계속 내려가면서, 8월 물가상승률은 0.3%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FT에 말했다.

지젬 카라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도 "앞으로 몇달 동안 유로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유럽의회 증언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비전통적인 조치를 포함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자산 매입(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CB가 다음 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CB 정책 관계자들이 지난 6월 발표한 부양책 효과를 살펴보고,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까지는 추가 부양책을 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이유에서다.

소날리 푼하니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낮은) 물가상승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며, 추가 통화 완화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제품들의 가격 하락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은 1% 내렸고, 식품 음료 담배 가격들도 3%씩 내렸다.

ECB이 지난 6월 발표한 부양책은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일정 기준을 맞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장기 저금리 대출 등이 골자다.

하지만 2일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이 아니라 시장이 신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ECB의 새 부양책 효과에 의구심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양적 완화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던 이유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ECB)가 직접 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채로 몰리고, 결과적으로 기업에 돈이 주입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ECB의 부양책은 특정 금융기관에 기업 대출을 하도록 맡기는 구조여서 미국 양적 완화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또한 9월부터 시작되는 부양책이 유럽 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저물가는 디플레이션으로 진화해 채무자들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