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부대원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이 생전에 입에 담기 어려운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국방부는 내무반에서 상습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해 후임병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이모 병장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명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일병은 지난 4월 6일 오후 4시 25분쯤 부대 PX서 사 온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선임병에게 가슴 등을 폭행당한 후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윤 일병은 입으로 삼킨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 손상을 일으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 숨졌다.

최용한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윤 일병 구타에 가담한 6명 중) 상해치사죄로 구속된 사람은 5명이고, 1명은 단순폭행으로 불구속 기소됐다”며 “범행 동기는 재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이 병장 등은 지난해 12월 전입한 윤 일병에게 내무반에서 오전 3시까지 기마자세로 서 있도록 해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또 이들은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거나 누워있는 윤 일병에게 물 1.5ℓ를 붓고 바닥의 가래침을 기어 직접 핥아먹게 하는 등 끔찍한 고문과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폭행을 당한 윤 일병이 다리를 절룩거리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닌다”며 또다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의 얼굴과 허벅지의 멍을 지우기 위해 연고제 안티프라민을 처방하면서 윤 일병의 성기에까지 액체 안티프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그 후에도 윤 일병에게 포도당 수액주사를 맞혀 회복시킨 뒤 다시 구타했다.

소속 부대의 모 하사는 윤 일병이 폭행을 당하는 현장을 보고도 모른 체 하거나 직접 폭행에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 문제가 되자 “윤 일병이 TV를 보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입을 맞추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윤 일병은 순직으로 결정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으며, 유족들은 현재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군은 윤 일병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를 확인하고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연대장과 대대장 등 간부 16명을 징계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이 사건은 역대 군대 내 여느 사망사건보다 잔혹하고 야만스럽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 소장에 따르면 해당 부대에서는 윤 일병 외에 다른 병사들 사이에서도 잔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