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이념보다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출신지역과 여야 프레임에 갇혀 편가르기식 투표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선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여당이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은 선거 내내 "위기에 빠진 경제를 집권여당의 힘으로 살리겠다"며 경제살리기를 내세웠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 인사 실패, 유병언 검거 실패 등 정부의 실책을 집중 공략하며 심판론으로 맞섰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지 못했다.
투표율이 50%를 넘겨 야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측된 서울 동작을,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서도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운 여당 후보가 승리했다. 동작을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자는 일명 '강남4구' 공약을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옆에 붙어있으나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작을(乙) 지역을 개발해 강남에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동작구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권 모(59)씨는 지난 25일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그는 "과거 이 지역(동작을)은 야당 성향이 강한 동네였지만 이젠 여당 후보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힘 있는 여당 정치인을 뽑았더니 달동네가 별동네(재개발지역)로 변했다. 주민들이 이 같은 일을 몇 번 경험하곤 실리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되며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는 '예산폭탄', '순천대 의대유치'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지역 개발에 힘쓰겠다고 나서자 유권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과거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전력을 갖고 있었던 것도 문제였지만, 이 후보가 실리적인 공약 없이 지역감정을 넘어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들이 과거 지역갈등 같은 추상적 가치에 몰입했다면 최근에는 구체적인 이익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치를 감성적으로 판단하던 시기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시기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