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금융투자협회회장

투자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기업 가치 평가 방법이 배당수익 모형이다. 주식 가치는 기업의 미래 배당금을 현재 가치로 다 합친 것이라는 게 골자다. 이 모형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해보면 국내 기업 주식이 저평가된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국내 기업 배당수익률이 1.1%로 외국 기업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제2기 경제 내각이 밝힌 배당 확대 정책 추진을 환영한다. 자본시장이 질적·양적으로 한 단계 격상하기 위해선 심각하게 낮은 배당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고속 성장기에는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낮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기업이 성장해 주가도 따라 오르니 매매 차익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예전 같은 고성장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주가 상승 폭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시중금리는 이제 1% 수준으로 내려왔다. 기업이 투자자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면 시중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자는 시세 차익까지 더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정부는 거래 활성화로 거래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배당을 늘리면 기업 재투자 자금이 줄어 기업 수익도 줄고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편다. 그러나 1950년대 미국과 영국 주식시장에 대한 실증 연구는 이 주장이 맞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 시기 배당수익률이 5.2%에서 3.2%로, 배당성향은 69%에서 46%로 떨어졌다. 반면 배당금을 줄인 기업들의 수익성은 겨우 0.5% 증가에 그쳤다. 그럼 나머지 배당금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 학자는 이 시기 기업 CEO들의 보수가 상승하고, 대규모 M&A가 크게 는 사실에 주목한다.

안정적 배당수익을 주는 주식이 늘면 투자자들이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 투자도 가능해진다. 또 주가가 떨어지면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저가 매수가 들어오는 등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나타날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 2~3% 배당수익과 시세 차익을 기대할 만한 투자 대상은 많지 않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배당주펀드나 배당주 전문 랩어카운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정부의 배당 관련 정책이 실시되면 이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 것이다. 투자자·시장·기업이 윈윈할 배당 활성화로 한국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