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망 전 행적을 가장 잘 알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기사 양회정(55)씨의 신병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 전회장 일가의 도피 총괄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김엄마’ 김명숙(여·59)씨와 양씨의 부인 유희자(52)씨가 28일 검찰에 자수했지만 양씨의 소재는 아직 모호한 상황이다.
검찰은 양씨가 부인 유씨를 검찰에 보낸 것으로 보고, 일종의 ‘떠보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 등 ‘선처’를 약속하며 자수를 권유한 수사 당국의 실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핵심 관계자는 “아직 양씨의 소재가 파악된 것은 없지만 조만간 양씨가 자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피 당사자인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양씨가 도피를 계속하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양씨가 곧 자수할 것으로 보고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이 사망하고 장남 대균(44)씨까지 체포된 상황에서, 남은 수사의 핵심은 유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양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유 전 회장과 마지막 접촉했을 당시의 상황 등을 정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주요 의문점은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압수수색 후 어떤 도피 경로를 따랐는지, 그가 도피 자금으로 들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20억 돈가방’은 어디로 갔는지 여부 등이다.
운전기사 양씨가 혼자 남은 유 전 회장을 다시 찾으러 오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양씨는 송치재 별장이 급습당하자 처제를 찾아가 “유 전 회장을 숲 속에 놔두고 왔다. 같이 구하러 가자”고 말했다 거부당하자 그대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한 ‘타살설’을 염두에 두고 수사할 경우,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과 맞닿아 있는 양씨가 주요 용의자로 지목될 수 있다.
검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유 전 회장이 홀로 도피하다 저체온증 등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체에서 타살로 의심할 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평소 종교지도자의 모습을 보인 유 전 회장의 성격 등에 비춰 자살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양씨의 진술이 필요한 건, 아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데다 유 전 회장의 사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 등 수사 당국은 유 전 회장의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구더기 샘플 분석 등을 통해 사망 시각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양씨가 조사를 받더라도 유 전 회장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진술할 경우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양씨의 신병까지 확보하면 해외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의 자녀?측근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수사 대상인 피의자들 모두를 잡아들인 것으로 보고 향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만 체포하면 법무부에서 할 피의자 신병 인도 외에는 사실상 수사팀의 역할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수사팀 해체도 조만간 검토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