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양심으로 국민의 각별한 관심과 궁금증, 세간의 의혹을 풀기 위해 감정 결과를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서중석(57) 원장이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 분원 대강당을 빽빽하게 채운 카메라 앞에 섰다. 국과수 원장이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선 건 60년 국과수 역사상 두 번째 일이다. 21년 전 지존파 사건 때도 원장이 발표자로 나선 적이 있었지만 당시 "국과수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3분 정도 짧게 사건을 설명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날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감정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선 서 원장이 16분간 상세히 브리핑한 뒤 ▷각 과장의 세부 항목별 설명과 질의 응답 ▷법의학계 중진 교수들의 추가 설명까지 전체 발표 시간이 1시간이나 걸렸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번 정밀 감정을 위해 사흘간 국과수 인력을 총동원했고, 감정 결과를 놓고도 국과수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브리핑의 결론은 '시신은 유 전 회장의 것이 맞고 사망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었지만, 발표 내용 대부분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이뤄졌다.

서 원장과 법(法)유전자과장 등 국과수 주요 보직 간부들의 발표가 끝나자 법의학계 중진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랐다. 가톨릭대 강신몽 교수, 서울대 이숭덕 교수, 전남대 박종태 교수, 조선대 윤창륙 교수 등 법의학계 저명 학자들은 입을 모아 "국과수의 결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감정 결과에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