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8월호의 ‘큰빗이끼벌레와 공포 마케팅’이라는 기사를 읽고 쓴웃음이 나왔다. 이달 초 환경단체들이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 20㎏을 채집해 20L 수조에 담은 후 치어 대여섯 마리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5분도 안 돼 치어들이 죽어버렸다. 큰빗이끼벌레 독성을 주장하려고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월간조선 기자는 ‘좁은 수조에 큰빗이끼벌레를 구겨넣다시피 한 후 치어를 넣었으니 질식해 죽은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큰빗이끼벌레는 1㎜도 안 되는 개체들이 모여 군체(群體)를 이룬다. 그것들이 물속 바위·수초·나뭇가지 표면에 이끼처럼 달라붙어 산다고 해서 '이끼 동물(moss animal)'이라고 하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 전문가 두 명과 통화해봤더니 모두 1994년 가뭄이 심했을 때 유독 번성했다는 얘기를 했다. 경기대 공동수 교수는 그해 최대 90㎝짜리를 봤다고 했다. 식물 포자 비슷한 휴면아(休眠芽) 상태로 겨울을 보낸 놈들이 봄에 수온이 뜨거워지자 일찍 부화했고,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가 내려가면서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부산대 주기재 교수도 1994년 팔당호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가 지상파 방송 9시 뉴스에 보도됐다고 기억했다. 큰빗이끼벌레는 손으로 툭 치기만 해도 매달려 있던 곳에서 떨어져나갈 정도라서 비가 한번 오면 쓸려 내려간다. 그런데 1994년엔 지독히도 비가 안 와 수온이 높은 5~6월에 전국적으로 번성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올해 역시 가뭄이 심했는 데다 4대강 사업으로 수위(水位)가 올라가면서 물속으로 잠긴 나뭇가지들이 큰빗이끼벌레 서식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큰빗이끼벌레는 1994년 가뭄엔 주로 저수지와 댐을 중심으로 번졌고, 올 가뭄에 4대강 보(洑)로 유속이 느려진 큰 강 본류에도 대거 출현했다. 4대강 사업이 올해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한 한 원인일 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독성을 띠거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걸로 보긴 어렵다고 두 교수는 말했다. 주 교수는 "하루 10시간씩 주물러봐도 피부에 트러블은 없다"고 했다.
건설교통부 시절 1995년 12월 작성된 '가뭄 기록 보고서'를 보면 1994년 낙동강은 15년 빈도, 금강 20년 빈도, 섬진강은 12년 빈도의 가뭄이었다. 올해는 그보다는 좀 약했지만 낙동강은 10년, 금강 20년, 섬진강은 5년 빈도 가뭄을 겪었다. 그런데 1994년엔 전국적으로 18만9370㏊(5억6811만 평·전국 논 면적의 17%)의 논이 고갈·균열·고사(枯死)의 가뭄 피해를 봤다. 올해는 그런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관점에 따라 평가가 극(極)과 극으로 벌어진다. 우선 강물 원형(原形)이 손상된 것을 아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큰빗이끼벌레도 저수지에서나 살던 흉측한 것들이 강 본류까지 퍼졌으니 강의 건강성을 해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관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을 죽여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극적인 주장을 펴는 건 설득력이 없다. 만일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 피해를 막아주고 있다면 그런 점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평소 균형 잃은 발언을 한 사람들은 나중에 결정적일 때 옳은 얘기를 해도 그 말의 무게가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