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요일에 교회 예배 보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전화 걸어 닦달할 만큼 일중독이었다. 애플 내 업무를 동료 직원은 물론 가족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게 하는 철저한 기밀주의를 유지했다.

이런 잡스의 영향으로 애플은 구글·야후 같은 다른 실리콘밸리 업체보다 근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했다. 다만 잡스 생전엔 그의 카리스마에 눌려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2011년 잡스가 숨진 이후, 직원 처우에 인색한 애플의 기업 문화가 집단소송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은 23일 "애플이 보장하지 않은 점심·휴식 시간을 '초과 근로'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전·현직 직원 2만1000명이 낸 집단소송 진행을 승인했다.

애플은 2012년 8월 이전까지 시간제 직원에게 따로 점심이나 휴식 시간을 주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업무 시간이 5시간을 넘으면 점심시간 30분을 제공하고, 4시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전·현직 직원들의 소송이 잇따르자, 2012년 8월에야 주법에 맞게 정책을 바꿨다.

2011년부터 개별적으로 제기됐던 소송이 3년 만에 집단소송으로 인정받은 것은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애플의 기업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장에 따르면, 애플은 직원이 회사 고용 정책을 논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근로 조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적발될 경우, 근신·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회사가 조장했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주급을 예정일보다 며칠 늦게 지급했다는 사소한 불만도 소장에 담겨 있다.

애플은 잡스 사후 크고 작은 집단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일부 애플스토어 직원은 퇴근하기 전에 가방 검사를 받느라 기다리는 시간을 근무로 인정해 초과 근무 수당을 받아야 한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올해 초에는 잡스가 생전에 구글·인텔 같은 경쟁 기업과 직원 스카우트 금지를 담합한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했다가 3억2400만달러 지급에 합의하고 소송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