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액(5억원)의 현상금, 검경은 물론 군(軍)까지 동원한 사상 최대 검거 작전에도 304명의 사망·실종을 몰고온 세월호 침몰 사고 배후의 최고 책임자 유병언(兪炳彦·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후는 허무한 결말로 끝났다.

유씨는 5월 25일 검경이 덮친 곳에서 불과 2㎞, 임시 검문소에서 300m 떨어진 코앞에서 부패한 시신(屍身)으로 발견됐다. 주민이 신고한 시신을 앞에 놓고도 그 시신이 유씨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40일이 흘렀다. 이미 유씨 시신을 확보한 상태인데도 이를 모르고 수만명을 동원해 추적하고, 전국적인 반상회까지 갖게 만든 검경의 허술한 수사가 또 한 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22일 새벽 전남 순천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구급차에 실렸다. 경찰은 이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던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이날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원으로 옮겼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씨로 확인됐다. 유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23일 도피를 시작한 지 51일 만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유씨는 그 죄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도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만명의 구원파 신도 정점에 있던 그는 도피 당시 비료 포대에 앉아 육포를 뜯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씨는 하루 한 끼로 간신히 버티며 검경 추격망을 따돌렸다.

유씨는 내복 상·하의에 검은색 겨울 점퍼와 바지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쓴 채 발견됐다. 전신 피부가 거의 없고 얼굴 분간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가 80%나 진행된 반(半) 백골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5월 25일 유씨가 순천 별장에서 도주한 뒤 며칠 안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유씨는 신발을 벗고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놓고 머리는 동쪽을 향해 편하게 누운 자세였다. 윗니는 10개가 남았고, 아랫니는 하나도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2일 순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 밭에서 발견된 무연고 노숙자로 추정되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대퇴부 뼈에서 채취한 시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장성분원에 보내 DNA 검사를 의뢰했다. 이 결과는 의뢰 40일 만인 21일 저녁에 나왔다. 국과수는 "변사체의 DNA가 구속 수감 중인 유씨의 친형 유병일씨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 DNA는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유씨 집무실에서 수집한 DNA와도 일치했다. 경찰은 DNA 결과를 토대로 순천장례식장에 보관 중인 변사체 시신 지문을 재확인한 결과 유씨와 같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경찰이 지난달 13일과 22일 실시한 지문 검사는 실패했다.

서울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순천에서 이송된 시신을 2차 정밀 검식한 결과 유씨와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유씨 시신을 발견하고도 초동 수사 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순천서장과 윤재상 순천서 형사과장을 이날 직위 해제했다.

TV조선 화면 캡처

▲23일자 A1면 ‘어이없는 유병언 최후… 더 어이없는 검찰’ 기사 중 ‘윗니는 10개가 남았고, 아랫니는 하나도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이틀 뒤인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금으로 만든 윗니 6개와 아랫니 4개가 남았다’고 발표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