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나 오렌지 주스 등 수 십년 동안 미국 아침 식탁의 한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던 전통 음료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웰빙 바람을 타고 두유나 아사이베리 주스 등이 대체재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美 오렌지 주스 판매량 사상 최저
오렌지 주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수십년간 미국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냉장·포장 기술 개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터에 비타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과일 주스의 대부분은 오렌지 주스였다.
그랬던 오렌지 주스의 판매량이 올 들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조사업체 닐슨이 말한 바로는, 올해 상반기 오렌지 주스 판매량은 총 3611만갤런(약 1억3660만리터)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8% 넘게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섬유질이 없는 과일 주스를 자주 마시면 당뇨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언론에 꾸준히 발표되는 데 비해, 아사이베리나 블루베리 등 다른 종류의 과일 주스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끄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WSJ는 전했다.
올 들어 오렌지 주스 가격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선물시장에서 오렌지 주스 가격은 석 달 새 7% 넘게 하락했다. 플로리다 등 대표적인 오렌지 생산지들이 공급 부족현상을 겪고 있음에도 하락폭이 큰 편이다. 오렌지 주스는 브라질이 약 50%, 미국 플로리다에서 35% 가까이 생산해낼 만큼 생산지가 집중돼 있다.
◆ “5년 내 우유 공급 과잉 직면”…두유 등 식물성 우유 부상
우유도 오렌지 주스와 사정은 비슷하다. 한 때 우유 소비 캠페인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갓 밀크(Got milk)’ 광고는 웰빙 바람을 타고 올해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낙농업계는 대신 건강 이미지를 부각시킨 ‘밀크 라이프’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5년 뒤, 전 세계 원유(原乳) 생산량이 수요보다 200만톤은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일부 농가들이 앞다퉈 젖소 사육을 늘린 요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인 IR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매점의 우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는 낙농업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미국 최대 우유 생산업체인 딘푸드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17% 가까이 떨어지면서 전체 80개 생산 공장 중 지난해 8곳을 닫았고, 올해 3곳을 추가로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두유, 아몬드 우유 등 식물성 우유를 만드는 화이트웨이브푸드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33% 증가하면서 최근 1년 새 주가가 60% 넘게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