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유럽에 반유대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극우파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유대인 대상 테러가 잇따르자, 아예 유럽을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유대인도 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유대인들의 유럽발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 북역(北驛) 인근에서는 3000여명이 모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이스라엘은 살인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반(反)이스라엘 시위는 파리뿐 아니라 릴과 마르세유 등에서도 열렸다. 일부 시위대가 유대교 사원인 '시나고그'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시위가 격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급기야 20일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19일 영국 런던에서도 시위대 수천명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대인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프랑스를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간 유대인은 1407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4배였다. 프랑스유대인협회 칸델 회장은 "올해 5000명 이상의 유대인이 프랑스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대인 전문 뉴스 사이트인 JTA에 따르면, 지난해 서유럽을 떠나 이스라엘에 정착한 유대인은 26% 증가했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반유대주의가 확산하면서, 이스라엘로 돌아간 유대인이 올해 1분기 37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유대인의 유럽 탈출은 반유대주의 정서 확산이 직접 원인이다. 유럽유대인협회(EJA)가 지난달 5847명의 유럽 거주 유대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6%가 공공장소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위협받거나 괴롭힘 당한 적이 있으며, 76%는 반유대주의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유대인에게 지금 같은 적대적 환경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0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人)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새로운 반유대주의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슬람 과격 세력의 확산과도 연관 깊다. 지난달 4명이 사망한 벨기에 유대인 박물관 총격 사건과 랍비 등 4명이 숨진 2012년 프랑스 유대인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범인이었다.

이스라엘은 반유대주의 확산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강경파인 나프탈리 베넷 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공개서한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면 여러분이 반박해야 하고, 그들이 이스라엘 방위군(IDF)을 전범(戰犯) 취급하면 여러분이 우리 군인들의 보호자가 돼줘야 한다. 반이스라엘 집회에 나가 진실을 말하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