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교사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여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였다. 하얀 피부, 통통한 체격에 뿔테 안경, 울림 좋은 목소리와 또렷또렷한 눈. 갓 마흔 살 초선(初選)인 그가 서울시의 여러 위원회 가운데 가장 인기 있다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입성한 것이 신기했다. 민간 위원들은 "젊은 사람이 재주가 좋은 모양"이라고 했다. 회의에서 그는 성실해 보였다. 며칠 전에 배포된 안건들에 대한 예습도 꽤 해오고, 질문도 비교적 날카로웠다. 민간 위원들은 "젊은 사람이 열심이네"라고 했다.
두어 달 만에 평가는 달라졌다. 그가 특정 안건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아 회의 진행에 어려움을 겪곤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 목적 또는 누구의 부탁이나 심부름을 받아 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특정 안건에 대한 집착, 잦은 중언부언 때문에 그가 마이크를 잡으면 다들 피곤해했다. 민간 위원들은 "젊은 사람이 수상하네"라고 했다. 급기야 한 민간 위원이 그에게 발언 자제를 요구한 적도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다른 시의원은 "오늘은 내가 (부탁받은) 숙제가 좀 많다"며 공공연히 '협조'를 요청했다. 이 위원회에서 시의원 몫은 원래 두 자리였다. 이것이 4명으로 늘더니, 재작년 다시 5명으로 불었다. 구색이나 예우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가 어느새 의결의 흐름을 좌우할 정도가 돼버린 것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도시공원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 풍경도 그리 다르지 않다.
지방의회가 부활하던 1991년, 서울시의회 개원 준비 책임자인 공무원에게 물었다. "어떨 것 같아요?" "글쎄요. 당장은 (공무원과 시의원 모두) 서로 어색하겠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가지 않겠습니까? 잘돼야지요." 그 바람과 달리 이후 선거가 여섯 번 더 있었지만 공무원과 시의원은 여전히 어색하다. 아니 한층 악화된 느낌이다. 공무원들은 몇몇 시의원을 거론하며 "해도 너무한다. 넌더리 난다"며 고개를 젓고, 시의원들은 몇몇 공무원을 지목하며 "너무 멋대로다. 갈아치우자"고 벼른다. 한편 시민들은 시의원의 존재 자체에 대해 완벽하게 무관심하다. 지난 선거 일곱 번에서 '시의원·구의원은 이 사람을 찍자'고 정하고 투표한 시민이 얼마나 될까? 이젠 이런 질문마저 진부하고 멋쩍다.
그러는 사이 상당수 지방의원은 그들만의 '판'을 만들어냈다. 지방선거 재공천 등을 미끼로 던진 정치권의 조직원 겸 민원 대행 창구로 역할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이권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여야는 대선이나 총선 공약으로 '대도시 기초 의회 폐지' '기초 공천제 폐지'는 물론 '지방자치제 수술'까지 내걸곤 했다. 하지만 선거 후면 예외 없이 꼬리를 내렸다. 시민들의 요구는 폐지나 수술인 줄 알면서도 자신들의 수족을 떼내자니 아쉽고 불안한 탓이다.
김형식 시의원에 대해 정신병리학적 해석도 나오지만 그를 '돌출적 망종'으로 치부하기엔 불안하다. 23년 전 '풀뿌리 민주주의'란 명분 아래 덜컥 제도만 만든 뒤 방치한 곳에서 자란 악성 종양(腫瘍)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다. 종양은 놔두면 커지고 전이(轉移)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치유 여부를 배양(培養) 당사자인 정치권에 맡겨야 하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