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10일 미얀마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ASEAN Regional Forum)에서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미·중·일·러 등 주요 국가가 국제 세력구도 재편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파워게임에 들어간 상황에서 ARF가 각국의 외교력을 시험할 무대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일 등 이슈 선점 경쟁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을 제외하고 윤병세 외교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등 대부분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북한 리수용 외상도 포럼에 올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0년을 맞는 ARF는 아·태 지역의 유일한 다자 간 안전보장 협의체다. 아·태 지역에서 외교·안보·군사 분야 기본 질서를 규정하고 세력 판도를 가늠할 수 있어 '미니 유엔'으로 불린다.
이번 ARF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민항기 문제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핵심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말레이시아기 추락 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러 주도력을 회복하려 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중립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대북 압박과 비판의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간 남중국해 분쟁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선 러시아·북한·남중국해 등 껄끄러운 문제가 잇따라 현안으로 제기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우군 만들기용 양자회담 잇따라
이번 ARF에선 각국 간 양자·3자 회담도 잇따라 열린다. 우리나라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면 일본의 대북 접근과 북핵 공조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군위안부와 과거사 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인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과 공조 강화를 위한 회담도 연쇄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북한은 이번 ARF 과정에서 북·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정상회담 개최와 수교 문제를 진전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리수용 외상은 ARF 전후로 라오스·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ARF를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일 회담을, 북·일 접근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일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북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