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보〉(18~29)=김지석은 전형적인 수재형의 용모를 지녔다. 부친이 물리학자인 집안에서 귀공자로 자랐다. 하지만 바둑은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무지막지한 역전형(力戰型)이다. GS칼텍스배 2연패 과정에서 이세돌 최철한, 작년 말 올레배 우승 때는 목진석 등 내로라하는 힘바둑 거장들을 모조리 3대0 스트레이트로 무릎 꿇릴 만큼 파워가 뛰어나다. 이번에 맞닥뜨린 저우루이양 역시 김지석의 완력에 번번이 당해 통산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김지석은 고민하는 기색 없이 18로 귀쪽에서 젖힌다. 이렇게 되면 21까지 정석. 그래 놓고 22, 24로 좌변 일대에 거대한 성채(城砦)를 건설했다. 덤(공제)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대 바둑에서 백의 입장에선 이처럼 큰 세력권을 만들어놓고 적을 유인하는 전략이 유력할 때가 많다.
25는 독특한 발상. 참고도처럼 평범히 두어서 나쁠 이유가 없다. 일종의 기분 전환이었을까. 우하귀를 받아주지 않고 28로 상변에 먼저 다가간 수도 당연했다. 흑의 장고(長考)가 점쳐졌지만 2분 만에 29의 모착(帽着)을 들고 나온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자신만만한 자세. 놓이고 보니 상중앙 백세와 우변 흑세가 서로 대치하는 요소(要所)다. 여기서 백의 대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