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블랙박스 행방이 묘연하다. 블랙박스는 사고 직전 조종사·관제당국 간의 교신 및 각종 비행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항공기를 추락시킨 '범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의문을 풀어줄 '열쇠'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은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친(親)러 반군의 점령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반군은 18일 오전(현지 시각) 사고 현장의 수색 과정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 공화국'의 안드레이 푸르긴 제1부총리는 "블랙박스를 회수했으며 러시아 연방항공위원회(IAC)에 블랙박스를 보내 내용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반군 측은 돌연 말을 바꿨다.

친러 세력 수장인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도네츠크 공화국' 총리가 직접 나서 이를 부인한 것이다. 보로다이 총리는 "현재까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블랙박스는 없다. 우리는 전문가들이 빨리 블랙박스를 찾아내 사고 원인을 밝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보로다이 총리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블랙박스를 찾았다고 말했다가 이를 부인한 것은 새빨간 거짓이다. 이미 블랙박스는 반군 측을 거쳐 러시아 손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