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7일 밤(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지난 2008년 양측의 군사 충돌 이후 지상군 투입은 6년 만이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가자 지구에서 철수를 완료했지만, 9년 만에 가자 지구 재점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날 밤 10시 40분쯤 성명을 내고 "우리 군이 가자 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면서 "하마스가 열흘간 육상·해상과 공중에서 공격을 가하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제안을 거듭 거부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지상군 투입 명령 직후,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 지구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군함과 대포 등을 동원해 가자 지구 북부에 집중 포격을 가했다. 가자 남부에서는 18일 새벽 5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일 예비군 4만명에게 동원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1만8000명에게 추가 동원령을 내렸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공습을 시작한 직후, 양측은 이집트 등의 중재로 휴전 현상을 벌여왔다. 해안가에서 놀던 팔레스타인 9~11세 어린이 4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뒤, 17일 양측은 5시간 동안의 '시한부 휴전'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휴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결정을 내리며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협정에도)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하마스의 계속된 공격과 침투 시도가 있었다"며 "이스라엘은 우리의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알모즈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지상군 투입 목적에 대해 "하마스의 터널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05년 철수 이후, 하마스가 최대 수천 개의 지하 터널을 '미로'처럼 만든 뒤 '게릴라전(戰)'에 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 터널이 이스라엘 영토로 이어져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1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조직원 13명이 로켓포와 AK45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지하 터널을 이용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하려다 적발됐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대응 사격으로 최소 1명이 숨졌지만, 하마스 측은 "전사 13명이 정보 임무를 마치고 무사 귀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의 명분으로 '가자 지구 내 터널 파괴'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하마스 궤멸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이번 작전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하마스를 무너뜨리고 남부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일 공습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자국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상군의 공격 개시는 어리석고 위험한 결정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공격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최소 235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부상했다. 사망자의 77%는 민간인이며 어린이 39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