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다. 박인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제주도 오라골프장. 올해 처음 열리는 대회인데도 개막 전부터 많은 갤러리와 취재진이 북적거렸다. 9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서는 '여왕' 박인비(26)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주 영국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4위를 기록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곧바로 귀국했다. 시차에 적응할 겨를도 없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주는 모습에서 세계적인 선수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코스에서 차갑고 거친 바람에 고생하다가 제주도에 오니까 덥고 습한 바람조차 포근하게 느껴진다"며 "평소 먹고 싶었던 복요리와 얼큰한 해장국을 즐기면서 마음도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여러 시즌에 걸친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아깝게 놓쳤다. 마지막 날인 4라운드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막판에 타수를 잃어 선두와 2타 차로 마무리했다. 그는 "쫓기는 듯한 부담감에 나도 모르게 흔들렸다"며 "갑자기 바람도 강해졌고 짧은 파 퍼트를 여러 번 놓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LPGA 투어 메이저 대회는 원래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나비스코챔피언십, LPGA챔피언십의 4개였다. 그런데 지난해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격상되면서 5개로 늘었다. LPGA는 이 중 4개 대회를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탁월한 퍼팅 실력을 무기로 지난해 메이저 대회 3연승, 시즌 6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그는 올해 퍼팅 난조로 고민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올렸지만 세계 랭킹은 3위로 내려앉았다. 박인비는 "작년 퍼팅이 잘될 때의 경기 영상과 요즘 플레이를 비교해 봤는데 스트로크나 어드레스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찾지는 못했다"며 "결국 나만의 퍼팅 감각을 빨리 되찾고 그 느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박인비는 여러 홀을 다니며 연습 라운드와 기념 촬영을 했다. 약혼자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33)씨가 박인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시원한 생수를 건네는 등 살뜰히 챙겼다. 두 사람은 오는 9월 26일 경기도 파주의 서원밸리골프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다소 굳어 있던 박인비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직 결혼한다는 게 실감 나지는 않아요. 제가 바빠서 결혼 준비를 어머니가 거의 다 해주시거든요. 그래도 웨딩 잡지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걸 보니 조금씩 '아, 내가 진짜 결혼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는 해요."
박인비는 최근 한국에 잠시 와서 결혼식에서 입을 웨딩 드레스를 골랐다고 했다. 경기도 판교에 신혼집도 마련했다. 결혼식에는 가까운 친지와 지인 등 300명 정도만 초대하기로 했다. 그는 "야외 결혼식을 늘 꿈꿔 왔다"며 "오빠와 내가 골프로 맺어진 인연이기 때문에 골프장에서 참 예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인비는 결혼식을 2주 앞두고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9월 11~14일)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다시 도전한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해 나와 오빠 모두에게 좋은 결혼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