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국회 국정조사가 정치 공방전(攻防戰)으로 변질되고 있다. 야당의 '대통령 책임론'과 이에 맞선 여당의 '대통령 방어론'이 뜨겁게 부딪치고 있다. 야당 의원이 해경 녹취록을 근거로 "청와대가 해경에 사고 현장 영상 화면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VIP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부터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녹취록을 왜곡했다"며 야당 의원의 특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보선을 감안하면 향후 국정조사도 '제2의 선거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행정부처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회는 물론 시민사회조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국정조사는 선박 안전 관리, 해난 사고 구조 시스템뿐만 아니라 업계와 관료사회의 유착, 재난 사고 대처의 컨트롤타워 등 수많은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 현미경을 들이대는 듯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밝혀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정조사가 정쟁(政爭)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조사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한 건주의 폭로와 망신 주기, 윽박지르기 추궁이 다반사인 청문회 조사 방식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 과거에도 서해훼리호,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등 비슷한 참사를 겪었고 국정조사·국정감사를 실시했지만, 진상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의 진상 조사에 대해 진정한 원인을 밝힐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도쿄대 명예교수는 "책임 추궁용 조사에서 사고 관계자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겠는가"라면서 "민간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 원전사고를 조사했다. 위원회는 1년 1개월간 700여 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특히 사고 당시 원전 현장소장이던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에 대해서는 28시간에 걸쳐 A4 용지 400쪽 분량의 증언을 청취했다. 정부 조사위는 솔직한 증언을 듣기 위해 실명 증언록의 비공개를 조건으로 했다. 위원회는 당시 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총리에 대해 사고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일본 국회도 민간 전문가로 원전사고 조사위원회를 구성, 1167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국회가 정치인 주도의 조사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객관성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진상 조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문에 답하고 한국을 안전 대국으로 이끌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조사 방식에 대한 근본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