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각) 통신사가 고객 정보를 1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긴급 법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유럽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이를 불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영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일정 기간 고객 정보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결정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상황에서 보듯이 지금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능력을 축소할 때가 아니다"라며 "통신사의 고객 정보 보관법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2006년 유럽연합(EU)이 만든 법에 따라 고객 정보를 1년간 보관해왔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가 지난 4월 이 법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하면서 법이 폐기됐다.
영국 정부는 고객 정보 보관법이 폐지되면 경찰과 정보기관이 업무에 필요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패스트 트랙(법안 신속 처리제) 법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르면 다음 주 법으로 제정될 수 있다.
고객 정보 수집이 시민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이번 긴급 법안은 정부 기관에 새로운 권력을 주는 게 아니라, 그동안 법에서 허용됐던 권한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이 통신사에 고객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법에 명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 중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내용을 뒤집는 법안을 공개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이 사안에 대해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