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앞바다에 무장간첩 26명을 태운 북한 상어급(300t급) 잠수함 1척이 좌초했다. 이로부터 49일간 북한 무장간첩들과 우리 군경(軍警) 간에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예비군을 포함해 연인원 150만명이 동원된 작전을 통해 북한 무장간첩들은 생포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사살되거나 자살했지만 우리 군과 민간인도 16명이 전사 또는 사망하는 피해를 보았다. 이 과정에서 허술한 포위망, 아군 간 오인 사격, 허위 발표 등 숱한 문제가 부각됐다. 최소한 3건의 오인 사격으로 중대장(대위)을 비롯, 여러 장병이 사상(死傷)했다. 당시 군은 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발생한 육군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대처 과정에서 군이 보여주는 모습은 18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듯하다. 국방부와 육군은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해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전방 철책선 부대 근무 시스템과 여건이 확 바뀌어야 한다. 최전방 경계소초(GOP) 근무 장병들은 한번 투입되면 8~12개월 동안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한 현역 장교는 "최전방 부대는 간부든 병사든 잠이 부족해 스트레스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장교는 관심병사 등에 대해 제대로 신경을 쓰기 힘들고, 병사 간에는 스트레스에 따른 갈등이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전방 배치 방식에 대한 개선이다. 국방부가 국회 송영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방 10개 사단에서 인성검사 이상자(異常者)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병력의 5%에 달한다. 특히 산악 지형이어서 근무가 힘든 중동부 또는 동부 지역 부대의 인성검사 이상자 비율이 비교적 근무 여건이 나은 서부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전방 배치 방식 개선은 이런 비정상적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셋째는 군 작전과 공보 문제다. 임 병장 체포 작전은 물론이고, 사건 직후 피해 사병들에 대한 응급조치가 늦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민간 소방 헬기보다 군 응급구조 헬기의 성능이 떨어져 후송이 늦어졌다는 설명에 대해 국민은 서글픔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는 것 같다. 언론 브리핑을 맡은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명확히 확인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어물쩍 설명하고 넘어가려다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돼 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건 직후 어처구니없게도 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했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초장 문제 등 초급장교의 자질 향상 및 교육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사안이다.
한민구 신임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 청문회와 국방위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을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리는 한 장관의 이런 '공언(公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