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2011년 9월과 지난해 여름의 대정전 사태가 생각난다. 전기가 부족해 모든 전력 시스템이 일시 정지하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이 여러 지역에서 발생해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에는 블랙아웃의 책임이 원전 가동 중단을 불러온 원전 비리와 국민의 전력 낭비에 있는 것으로 비쳤었다. 과연 그럴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0~2001년 전력 부족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필자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장기 연수 중이었다. 5인 가족이 머물던 주택에서 며칠씩 정전되는 바람에 곤란을 겪었다. 세계 5~6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있었던 캘리포니아주에서 경험한 '원시적' 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주된 요인은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었다. 천연가스는 주들을 연결하는 송유관(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되는데, 남부 캘리포니아 송유관을 독점했던 엘파소사가 가스 가격을 높이려고 민간 자회사와 짜고 가스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이다.
엘파소사는 처음에는 이런 혐의를 부인했지만 2003년 캘리포니아주에 17억달러를 배상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많은 분석가와 연구자들은 엘파소사의 부당한 시장 지배력 행사 행위를 주된 원인으로 결론지었다. 더불어 전력 시장과 같은 공공 부문의 규제 완화가 도리어 민간 기업의 시장 조작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독점은 비록 공익사업 분야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 시장의 비효율과 그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악화를 초래한다. 우리의 경우 앞서 2001년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은 개방했지만 송·배전과 판매 부문은 여전히 독점 구조이다. 그에 따라 운영의 비효율뿐 아니라 적시의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잠재적 전력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그에 따른 적자 누적을 수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있다.
공포의 블랙아웃이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단골 메뉴가 되지 않으려면 국민의 전기 절약과 요금 인상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전력사업의 효율화를 전제한 기존의 전력 공급 구조의 개편과 가격 설정 방식의 개선 등에 관한 종합적인 진단과 재검토 그리고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