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중 정상회담은 여러 성과에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난제(難題)를 안겼다. 회담 결과를 놓고 '한·중 밀월(蜜月)이 한·미 간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박 대통령으로선 미·중(美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정상이 만나서 북핵, MD(미사일 방어체제), AIIB(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미국 측과의 조율은 한·중 정상회담 이전(以前)에도 이뤄진 바 있다"고 했다. 조태용 외교부 차관이 지난 6월 23~26일 방미(訪美)했을 당시 중국 관련 현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확인·조율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외교 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워싱턴으로 하여금 '한국은 중국 편향적'이란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는 한·중 정상회담에도 반영됐다"고 했다. 가령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지켜야 한다'는 중국의 신(新)안보구상, 그에 기반을 둔 지역안보기구 창설 등에 대해 우리로선 수용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지하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에 대해 한·중 양국이 함께 우려하며 보조를 맞춘 것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미리 언질을 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 문제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강하다는 걸 미국도 알고 있었고 이런 상황을 예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공조해 일본을 두드리고 미국과도 거리를 두는 상황의 전조(前兆)가 아니라는 점을 미국에 이해시키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한·미 양국 간에는 올 하반기에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차례 더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태 지역에서 열리는 다자간 회의에서 따로 양자회담을 갖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두 정상은 3월 네덜란드 핵 안보 정상회의, 4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이어 올해만 세 번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한편,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비공식 특별 오찬에서 나눈 '대일(對日) 강경 발언'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그날 오후 공개한 것을 놓고도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해 두 정상이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여론을 뒤늦게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 라인의 한 관계자는 "3일 국빈 만찬이 밤 10시 30분쯤 끝나는 바람에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할 여유가 없었다"면서 "4일 아침에 (브리핑을) 하느냐, 특별 오찬이 끝나고 하느냐를 놓고 논의하다가 후자로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단독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항일(抗日) 전쟁 승리와 광복절 70주년을 맞는 내년에 중·한 공동 기념식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은 양국 실무진 간에 사전 조율이 없었던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안에는 일본의 침략사를 고리로 한국을 한·미·일 공조에서 분리시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4일 특별 오찬에서도 거론됐는데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한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