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이 준결승 2경기와 3-4위전, 결승전 등 4경기만을 남겨둔 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득점왕 경쟁과 수아레스의 '핵이빨' 못지않게 감독들의 지략 대결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의 마지막 8강전을 끝으로 살아남은 팀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독일과 네덜란드다. 남미와 유럽이 '전통의 강호' 2팀씩을 배출하며 완벽한 흥행 대진표를 완성했다.

우선 개최국 브라질은 9일 오전 5시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전차군단' 독일과 맞붙는다. 역대 전적에서는 12승 5무 4패로 브라질이 앞서고 있다.

브라질이 독일에 거둔 승리 중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 무대일 것이다. 당시 '삼바군단'을 이끌던 감독이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감독이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등 역대 최고 수준의 '3R 스리톱'을 앞세운 브라질은 7전 전승으로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브라질과 중동 등 프로팀 감독을 전전하던 스콜라리 감독은 월드컵 우승 직후 단숨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003년 계약이 끝난 스콜라리 감독은 2003년부터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아 유로 2004 준우승, 2006 독일 월드컵 4위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위기에 빠진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이루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 기조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다. 2002년 월드컵 우승 당시에도 7경기에서 5골밖에 내주지 않으며 '짠물축구'를 구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브라질 대표팀은 5경기에서 4실점만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스콜라리 감독은 선발 라인업 구성 등에서도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발을 맞춘 베스트 멤버들을 매 경기마다 내보냈다. 실제 브라질이 치른 5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이 바뀐 경우는 부상을 입었던 헐크가 하미레스로, 부진했던 파울리뉴가 페르난지뉴로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독일과의 준결승에 공수의 핵인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가 각각 척추 골절상과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게 돼 스콜라리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두 명 모두 브라질 대표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과연 스콜라리 감독이 독일을 상대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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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맞서는 독일 대표팀은 요아힘 뢰브(54) 감독이 8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현 미국 대표팀 감독 밑에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있었던 뢰브는 클린스만이 물러난 직후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뛰어난 패션감각과 훤칠한 외모로 인해 부임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뢰브 감독은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이끌어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뢰브 감독은 패싱플레이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축구를 선호한다. 아울러 세대교체에도 과감함을 보인 뢰브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현 독일 대표팀의 '에이스'인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마누엘 노이어 등을 배출해냈다.

비록 스페인에 밀려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3-4위전에서 우루과이를 꺾으며 3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다. 독일 축구협회도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낸 뢰브 감독에 무한 지지를 보냈고 2년 뒤 유로 2012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선수 기용에서 고집을 꺾지 못하는 기질을 몇 차례 보여 비판을 듣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장 필립 람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판단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16강까지 총 4경기에서 람을 중원에 배치시켜 독일 축구전문가들과 현지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고집을 꺾어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원래 자리인 오른쪽 수비로 내려간 람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며 뢰브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편 뢰브 감독은 독일 대표팀의 메이저 축구대회 '4강 징크스'를 깨야 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6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유로 2008, 2010년 월드컵, 유로 2012,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5회 연속으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유로 2008 준우승을 제외하고 결승 무대를 밟은 적은 없다. 4번의 준결승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8년째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뢰브 감독에게 브라질과의 준결승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독일 축구팬과 현지 언론들은 12년 전 한일 월드컵 결승에서 겪은 뼈아픈 패배를 뢰브 감독이 설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개인 통산 월드컵 2회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의 '백전노장' 스콜라리 감독과 4회 연속 4강 진출 대업을 이끈 패기 넘치는 독일의 뢰브 감독간의 지략 대결은 오는 9일 오전 5시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