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육체적 욕망이 정신을 압도하고 있는 오늘날 유학의 정신은 윤리 가치를 바라는 인류에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한다."(쉬자루 중국 니산포럼 주석)
유학을 케케묵은 사상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있을까. 한국정신문화재단(이사장 이용태)이 3일부터 6일까지 경북 안동에서 여는 '21세기 인문 가치 포럼'은 현대 세계 속에서 유학적 가치가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떻게 활용하고 전승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다.
국내외 학자 12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대회로 치러진다. 해외 한국사 연구자인 마르티나 도이힐러 영국 학술원 교수, '미래학의 대부'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교수를 비롯해 장리원 중국 인민대 공자연구원장, 첸라이 중국 칭화대 국학연구원장,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강정인 서강대 교수, 이승환 고려대 교수 등이 안동을 찾는다. 한국 정신문화의 본고장에서 석학과 지도층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유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접목 가능성을 찾는다.
3일 오후 2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기조강연 주제는 '21세기 인문 가치와 유교', '현대 사회에서 유교 실천의 연구 방향' 등 2가지다. 공동조직위원장인 김광억 명예교수는 "유교는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르치는 것으로 오해받아 왔다"며 "이제 유학은 경학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는 게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이힐러 교수는 '미래 사회를 위해 유교 조선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집중한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입지는 법적·경제적·교육적 측면에서 분명히 개선됐으므로 현대인은 이제 중성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유교적 원리, 즉 공익을 위해 자신을 굴복시키는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리원 공자연구원장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廉恥)'를 21세기 인류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는다. "염치는 입신·입국·입세의 기본이며, 치신과 치가·치국·치세에서 염치를 실천하면 성공할 수 있고, 특히 현대 사회의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등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군주를 향해 '덕치'를, 지배계급을 향해 '인정'과 '위민'을 외친 공자에 대해 "2500년 전 풍습이란 이름으로 순장마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공자가 주장한 '생명의 자유'는 그 어느 시대 어떤 사상가보다 진보·해방적이고, 특히 재산권에 쏠린 근대 자유 개념의 부작용에 비춰볼 때 생명권을 외친 공자의 자유관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주장한다.
5일 오후 유교랜드 원형극장에서 안동 시내 고등학생 400명과 함께 하는 특별세션에서는 격투기 해설가 김남훈씨, 스타 서빙 알바 이효찬씨, 안동 출신으로 중고 학용품을 모아 아프리카로 보내는 임주원 호펜 대표가 '파이터들에게 배우는 경쟁력의 비밀' '아르바이트 인생은 없다' '저개발국에 보내는 희망의 펜'이란 내용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을 한다.
공동조직위원장 김병일 국학진흥원 원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포럼은 유학적 가치에 기반한 인문 가치를 인류보편적 가치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