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항공운송협회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2년 항공기 사고는 250만 비행 횟수 중 1회에 그쳤다. 이는 항공기가 인류가 만든 운송 수단 중 가장 안전한 수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는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난 25일 새벽(한국 시각)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조사 발표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NTSB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기장의 의도치 않은 자동속도조절장치(Auto Throttle) 해제, 운항 승무원의 속도 및 비행 모드 모니터링 미흡 등 이른바 Human factor에 대해서만 제시했다.
항공기 자동화 시스템과 저속 경보 시스템의 문제 등은 부차적 요인으로 돌렸으며, 공항과 관제의 문제점은 거론되지 않았다. 항공기 제작사 관련 내용을 무려 아홉 가지나 '권고 사항'에서 시정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사고 원인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난센스다. 잘못도 없고 사고 원인도 아닌데 시정하라고 주문하는 꼴이다.
사고 초기 데보라 허스먼 전 NTSB 위원장은 "현재까지 살펴본 결과 엔진과 자동항법장치, 비행 지시기, 오토 트로틀 작동에서 비정상은 없었다"고 말하는 등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사고 조사 발표 전 언론 브리핑 시 어떠한 추정 원인도 암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을 종합하면 미국이 전 세계 항공업계 리더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Air Line Pilots Association Of Korea)에서도 NTSB가 항공기의 저속 경보 문제나 실속 방지의 부실을 논의하고도 사고 원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항공기 사고 조사를 오랜 기간 면밀하게 하는 이유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다시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록 미국 항공기 제작사와 공항이 연관되어 있지만 혹시라도 특정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 미국 자신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 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