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이유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의 종합적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돼서 많은 분이 고사(固辭)하거나 가족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어 "유능한 공직 후보자를 상시 발굴해 인재 풀(pool)을 만들고 이들에 대한 평가와 검증 자료를 평소에 미리 관리해 필요한 자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아 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도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짚어보고, 여야가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설명이 대통령의 잇단 인사 실패로 답답해진 국민의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는지 의문스럽다. 대통령의 말대로 현행 국회 인사청문회 방식엔 문제가 적지 않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직 후보자 사돈의 팔촌까지 쫓아다니며 여론재판식 검증을 벌이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총리를 유임시켰다는 대통령의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나라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다고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말은 정 총리가 차차선책으로 유임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래서야 어떻게 정 총리의 말에 영(令)이 서겠는가.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야 '언제든 쓸 수 있는 인재 풀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인사 문제 때문에 취임 전부터 홍역을 치렀다. 인수위 시절에 이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퇴했고, 취임을 전후해 장·차관급 고위 공직 후보자 6~7명이 물러났다. 그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 스타일과 방식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각 분야의 원로들이 당시에도 이미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각종 고언과 주문을 쏟아냈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록한 인물평에 기대는 '수첩 인사', 대통령 주변조차 의아하게 만드는 '깜짝 인사'를 계속해 왔다.

이제 새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의 보좌 방식이 변해야 한다. 국민이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대통령으로부터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관한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이에 대한 각오와 성찰이 보이지 않아 국민이 더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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