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TV·자동차·시계 등 주요 기기에 모두 집어넣는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통제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대에 구글이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

구글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구글I/O'란 개발자대회를 열어 신기술·신제품을 대거 발표했다. 100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 말로 작동하는 자동차·TV 등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제품을 차례로 공개했다. 안드로이드로 천하(天下)를 통일한다는 것이 구글의 꿈이다.

TV·자동차·시계에 안드로이드로 작동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순다 피차이(Pichai) 안드로이드·크롬 담당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IT 기기 9억대가 새로 개통됐다"고 밝혔다. 1년 전 4억대에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그는 "지난해 태블릿PC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46%였지만 올해는 62%로 늘었다"며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에서도 안드로이드가 1등 OS가 됐다"고 말했다.

구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과 디자인을 일신한 안드로이드 시험판을 선보였다. 우선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응용프로세서(AP)가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을 32비트에서 64비트로 늘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배가했다. 디자인도 손목시계부터 대형 TV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 어울리게 만들었다.

경쟁사인 애플이 고가 제품 위주 전략을 쓰는 것과 달리 구글은 중저가폰을 앞세워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날 선보인 저가 스마트폰 제작용 표준 키트 '안드로이드 원'이 바로 이런 전략의 결과물이다. 이 키트에 각 제조사가 기능을 조금만 추가하면 괜찮은 품질이 보장되는 스마트폰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주요 부품이 표준화돼 있어 제조공정이 간단하고 판매 가격도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 마이크로맥스는 이 키트를 활용해 만든 4.5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며 100달러 미만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말 알아듣고 맥락 이해하는 인공지능

피차이 수석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OS는 어떤 기기에서 작동하더라도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와 부드럽게 연동하고 ▲이동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LG전자의 'G워치'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G워치는 사용자의 일정에 맞춰 약속 장소로 출발할 시간을 알려주고, 사용자 취향에 맞는 식당이 근처에 있으면 자동으로 소개해줬다. 고객이 물어보기도 전에 알아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TV도 비슷했다. 스마트폰에 말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영화를 찾아서 스마트폰과 연동된 TV 화면에 보여줬다. 예컨대 "2012년 아카데미상 후보작이 뭐였지"라고 말하자 해당하는 작품이 줄줄이 나왔다. 영화·감독·배우의 이름을 어렴풋이 알더라도 쉽게 영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

[구글 OS 장착 쏘나타 타보니]

주행中 문자메시지 오면… 자동으로 내용 읽어줘

샌프란시스코(미국)=이인묵 기자

구글은 이날 차량용 내비게이션 '안드로이드 오토'를 내장한 현대자동차의 2014년형 '쏘나타'를 체험용으로 전시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운전대에 달린 음성 버튼과 대시보드 가운데 부분의 약 7인치 크기의 화면으로 이뤄졌다.

시연을 담당한 구글 직원은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대화하듯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전자가 "샌프란시스코의 드영 미술관이 지금 열었을까"라고 묻자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전시합니다"라고 답했다. "거기로 가자"고 말하자 "미술관으로 안내합니다"라며 길 안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중간에 "제대로 가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래요. 3㎞쯤 직진하고 우회전하면 됩니다"고 답했다. 자동차와 친구처럼 대화하면서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주행 도중 문자메시지가 오자 자동으로 내용을 읽어줬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관계자는 "올 연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현대차 외에도 'OAA(Open Automotive Alliance)'란 이름으로 폴크스바겐·GM 등 다양한 자동차 회사 및 부품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다.

☞구글 I/O(Google I/O)

구글이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개발자 수천 명을 초대해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을 발표하는 행사. 신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스마트안경 ‘구글글라스’ 등이 이 행사에서 선보였다. ‘I/O’란 컴퓨터의 입력(Input)과 출력(Output)에서 따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