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엿새 뒤인 지난 4월 22일 일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사용자들 사이에 "아이들이 닷새 가까이 살아 있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프랑스 공영방송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 'SOIR3'이 그 내용을 방송했다는 근거까지 붙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희생자 인양 장면을 내보내는 화면에서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한 국내 방송과 달리, 프랑스 방송은 그대로 내보내면서 생긴 오해였다.

누군가 프랑스 방송에서 시신 상태가 깨끗한 것을 보고, 인양 직전에 숨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SNS에 올린 것이다. 실제 프랑스 방송에선 시신 상태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고 인양 직전까지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결국 개인적 견해나 사담(私談) 수준의 이야기가 SNS를 타고 아무 검증 없이 공론(公論)의 장에 진입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 SNS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과 소통하는 사회적 친교의 수단이자, 관심 있고 중요한 뉴스를 받아보는 '사회적 미디어' 채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SNS를 타고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포한 내용이 퍼져 나가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작년 9월 경찰이 조사까지 나섰던 '수원역 살인 사건'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누군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이 시발이었다. SNS에선 '사람이 백주 대로에 피살돼 쓰러졌는데,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단순 폭행 사건으로 밝혀졌다. 쓰러진 사람을 숨진 것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허위 SNS로 경찰력까지 낭비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작년 1월 인천에선 'A지하철역 주변 인신매매 기승'이라는 글이 집중 유포돼 경찰이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관심을 끌려고 올린 글에다가 여러 사람이 자기 경험을 한두 마디 덧붙이는 바람에 SNS에서 증폭된 것이었다.

지난달 한 인터넷 매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오보를 냈다. 당시 카카오톡에는 같은 내용의 루머가 돌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SNS에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 "못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구하고 있다" 등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각종 괴담이 유포됐고, 이로 인해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이뤄지는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가상(假想)과 허위(虛僞)가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왜곡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빠른 파급 속도가 SNS의 폭발력

정보의 유포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점은 SNS가 가진 폭발력의 하나다. 우리 국민은 거의 '중독' 수준으로 SNS에 매달린다. 작년 1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남성이 하루 평균 82.7분, 여성이 65.2분씩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트윗 몇 번, 퍼나르기 몇 번만 거듭하면 상당수 SNS 사용자들에게 내용이 전파되는 것은 소위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 구조인 SNS의 특징이다.

빅데이터 수집분석 업체인 ㈜리비에 따르면, 최근 사퇴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 지난 11일 KBS 9시 뉴스에서 그의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한 직후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에 그와 관련된 글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0억 건의 글이 올라오는 폐쇄형 SNS인 카카오톡이나 하루 830만 명이 접속하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수백만 건의 글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SNS의 영향력이 막강해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대응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SNS 여론에 기존 언론이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