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교회에서 한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청문회 자체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진의가 왜곡됐다'고 하고 '반민족이 아니다'고 하고 해명 기회를 달라고 하잖습니까. 그럼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가 총리가 되고 안 되고는 별개 문제입니다."
조계종 원로 월주(月珠·79) 스님은 23일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이번 사태를 상극(相剋)의 문화를 넘어 절차와 토론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성숙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월주 스님의 발언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과 신도 단체들이 지난주 문 후보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거듭 "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도 문 후보자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다.
"중앙종회 일부 의원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신앙관에 입각해서 일제 침략도 하나님의 섭리라고 하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일본 정부를 향해 진상 규명과 사과,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문회는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로 여론이 양분됐다.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되고 안 되고는 별개 문제다. 후보자는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고 하고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KBS가 교회 강연 내용을 짜깁기했다는 의혹 제기도 있다. 그러니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자리인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것을 따지고 들어보자는 것이다. 동영상도 전체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서 반민족·친일인지 아닌지 시청자, 국민이 듣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도덕성과 정책적 견해를 잘 갖췄는지, 총리로서 내각을 조화롭게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를 다 검증해야 한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데.
"일단 (총리 후보자를) 냈으면 청문회에서 따져 보고 판단해야지, 야당이 반대한다고 몸 사리고 주춤거리고 미적거리나. 야당도 청문회에서 따져 보면 될 것을 아예 (후보자를) 내놓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장대환 후보도 청문회까지는 가서 낙마하지 않았나. 낙마할 때 낙마하더라도 이야기는 들어봐야 한다. 야당도 얼마든 낙마시킬 기회가 있으니 청문회 자체를 반대해선 안 될 것이다."
―청문회가 성사된다면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흑백논리,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 이번 사태가 절차와 토론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청문회에서는 서로 증거를 제시하며 토론하고 후보자는 겸손하게 답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청문회는 가능한 한 만인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동안 나온 모든 문제를 다 다뤄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화쟁(和諍)을 이야기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화합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불교의 화쟁 사상처럼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각계 원로들이 발표한 성명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자초지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명만 하게 되면 마치 제가 그의 신앙고백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월주 스님
1994~1998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을 설립했다. 2003년부터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을 돕는 지구촌공생회를 이끌고 있다. 2012년 만해대상(평화부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