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을 맞아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욱일승천기를 들고 도쿄(東京)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 시각) '아베를 지지하고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는 일본의 애국 주부들(Japan's 'Patriotic Wives': praise for Abe, censure for China,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일본의 보수 여성 단체를 조명했다.

이 단체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줄 수 없는 (현재의) 헌법은 핵무기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개헌을 지지하고,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는 극우 성향의 단체다.

로이터는 전국에 500명의 회원이 있는 극우 여성 단체 '소요카제'와, 남성 회원 300명을 포함 총 840명의 회원을 둔 '하나도케이'를 소개했다. 이 두 단체의 회원 대부분은 30대 이상의 주부 또는 직장인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거나,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는 것이다. 작년엔 도쿄에서 대규모 혐한(嫌韓) 시위를 벌여 한국인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하나도케이의 한 간부는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일본을 향한 한국과 중국의 비난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한국과 중국의 비난에 그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이젠 우리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며 "한국 여성들이 성노예로 희생됐다고 하는데,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의 구성원들은 "다른 나라도 전시(戰時)엔 일본과 다르지 않았는데, 왜 일본만 과도한 비난을 들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이런 극우 성향 단체의 주장이 최근 일본 내에서 '주류의 목소리'로 인식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처럼 일본의 이 단체들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오프라인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제 일반 사람들도 이들의 목소리를 '다수의 목소리'로 여기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도쿄 소피아 대학의 마리 미우라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이런 단체들이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은 엄청나다"며 "일본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일본의 극우 성향 단체들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자신들 스스로 일본의 주류라는 인식에 젖어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에 동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