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이하 한국 시각)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 페드로 바소 스타디움. 큰 보름달이 걸려 있던 고요한 하늘이 별안간 들썩였다. 한국 대표팀 훈련과 동시에 시작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에서 홈팀 브라질이 골을 터뜨리자 흥분한 동네 주민들이 앞다퉈 폭죽을 터뜨린 것이다. 큰 함성과 함께 간간이 총소리도 들렸다. 한국 대표팀을 경호하기 위해 파견된 군인과 경찰들까지 개막전이 시작되자 미디어센터에 몰려들어 경기를 보기 바빴다.
◇첫째도 수비, 둘째도 수비
이런 소란 속에서도 홍명보호(號)는 흔들림이 없었다. 평소 조용하게 훈련을 지켜보던 홍명보(45) 감독은 이날 격정적으로 손동작을 하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선수 개개인을 붙잡고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홍 감독의 모습에서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8일 오전 7시)이 눈앞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13~15일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사흘간이 러시아전을 위한 '골든 타임'임을 시사했다. 홍명보호는 한국 시각으로 15일 밤에 러시아와의 경기가 펼쳐질 쿠이아바로 이동한다. 쿠이아바에선 이틀간 훈련한 뒤 1차전을 치른다.
홍 감독이 강조한 '72시간'의 첫날 훈련 테마는 수비 조직력이었다. 필드의 절반 혹은 4분의 3을 활용해 10대10 미니게임을 펼쳤다. 선수들은 상대가 공을 잡으면 재빠르게 압박하고, 옆 선수가 압박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 이를 커버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 등은 "이동해!" "바짝 붙어" 등 소리를 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했다.
홍 감독은 이청용과 손흥민 등 측면 공격수들에게도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했다. 손흥민은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이 수비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며 "무엇보다 월드컵에선 골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셨다"고 했다.
◇러시아에 대해 입 닫은 선수들
대표팀은 이틀간의 '비밀 훈련'에선 튀니지·가나전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공격도 점검할 전망이다. 특히 세트피스 훈련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코너킥·프리킥 등 공이 정지된 상황에서의 플레이를 뜻하는 세트피스는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득점 공식이었다. 한국은 앞선 3번의 월드컵에서 올린 득점(17골)의 약 47%(8골)를 세트피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엔 세트피스 득점이 15골 중 2골에 불과하다.
한국 대표팀의 키커 기성용은 이날 훈련 막판 프리킥 연습을 하며 발끝을 가다듬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네덜란드 출신 안톤 두 샤트니에 대표팀 코치가 가져온 러시아 분석 자료를 매일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선 나름대로 러시아 축구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던 선수들은 '함구령'이 내려진 듯 이날 러시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