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는 세 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4년 전 남아공에서는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짐을 쌌다. 1998년 프랑스 2부리그 약체 팀 릴을 맡아 2000~2001시즌 1부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바히드' 열풍을 일으켰던 바히드 할리호지치(6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알제리 대표팀 감독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독불장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 감독 시절에는 하프타임 때 탈의실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와 언쟁을 벌인 뒤 곧바로 팀을 떠나기도 했다. 그의 강도 높은 훈련 때문에 가끔 불만을 품는 선수도 나온다. 하지만 할리호지치 감독은 2011년 6월 대표팀을 맡은 이후 알제리 축구의 체질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치른 평가전 3경기에서 100% 전력을 가동하지 않고도 모두 이겼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나빌 벤탈렙(20·토트넘) 등 젊은 유럽파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빠른 공수 전환과 미드필드부터의 강한 압박 등을 강조해왔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때는 수비에 치중하는 바람에 1무2패에 그쳤다"며 "브라질에서는 좀 더 공격 중심의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조추첨 이후 "우리는 브라질에 관광을 가는 것이 아니다"고 의지를 보였다.
월드컵은 할리호지치 감독에게 늘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선수 시절 유고슬라비아 대표로 출전한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선 교체 멤버에 그쳤다. 코트디부아르 감독으로 팀을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지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대회를 4개월 앞두고 경질됐다. 그만큼 알제리 감독으로 나서는 이번 월드컵 본선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이미 "월드컵 이후 거취는 내 자유"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알제리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고, 브라질월드컵이 끝나면 그가 프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레임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알제리는 오는 23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조별리그 2차전에서 홍명보호와 맞붙는다. 가장 주의할 선수는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와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다. 전천후 미드필더인 페굴리는 이번 지역 예선 7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도 총 45경기에 출전해 7골 10도움을 올렸다. 최전방 공격수 슬리마니는 지역 예선에서 팀 최다인 5골을 넣으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사피르 타이데르(22·인터밀란), 힐랄 수다니(27·디나모 자그레브), 야신 브라히미(24·그라나다), 벤탈렙 등 전방에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직접 득점도 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개인기가 좋고 빠른 알제리 선수들은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예선이나 평가전에서도 한 번의 긴 패스에 수비진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또한 알제리의 정신적 지주라고 평가받는 마지드 부게라(32·레퀴야)도 위기 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의 거친 태클로 카드를 자주 받는다. 한국이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다 보면 상대 반칙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결집력이 떨어진다는 것 역시 알제리 대표팀의 약점이다. 알제리 선수들의 A매치 출전 횟수 총합은 364경기로 본선 진출 32개국 중 가장 적다. 뒤늦게 알제리 대표팀을 선택한 벤탈렙과 리야드 마레즈(23·레스터시티)는 월드컵 지역예선에도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최종 명단 23명 중 알제리·프랑스 이중국적자 17명이 포함된 알제리가 16강행을 위해 얼마나 단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