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사진첩을 보다가 동창들과 천진난만하게 찍은 수학여행 사진을 보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곤 한다. 빛바랜 사진 속 그 시절 나와 친구들 모습을 반추해가며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을 잠시나마 잊곤 한다.
수학여행(修學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교육 활동의 하나로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여행, 학생들이 평상시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 및 문화를 실제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힐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다. 분명한 것은 수학여행은 교육의 연장에 있다는 것이다.
흔히 교육은 꼭 교실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것으로만 한정한다. 한 시간 수업을 못 받으면 엄청난 손실이 올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휴식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수면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재정립하고 인간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시간인 것과 같은 이치다.
교육은 한 개인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돼야 한다. 수학여행은 경쟁으로 찌든 교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세상을 함께 경험하고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는 중요한 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집단 휴식 시간을 통해 응집력과 소속감을 준다.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타주의' 경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마음을 조건 없이 털어놓으면서 공감, 화합, 평등을 느낄 시간을 제공한다. 중요한 정서적 교육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수학여행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수학여행이 아니라 안전의 문제고, 아이들 문제가 아니라 탐욕스러운 어른의 문제다. 수학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논쟁보다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하게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지를 모색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제기된 많은 안전 대책 중 다수가 안전 관리자 중심의 대책이다. 중요한 것은 교사나 학생들 중심, 즉 이용자 중심의 안전 대책이다. 학생 활동과 관련된 환경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행지 사전 답사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학생들이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비상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정규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교장으로서 앞으로 더 각별히 주의해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교육 경험으로 수학여행을 즐기게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