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주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은색 EF쏘나타 차량이 지난 25일 오전 전북 전주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씨가 검경의 포위망을 뚫고 전남 순천을 벗어나 전주로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유씨가 여전히 순천 일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포위망을 압축하고 있다.
30일 전주지검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유씨가 도주 당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32나 6261’ 은색 EF쏘나타 차량이 전날 오후 11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대송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은 비어 있었고, 경찰은 유씨 등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한동안 주변에 잠복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차량을 전주지검으로 옮겨 정밀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장례식장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유씨가 차량에 타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장례식장 측이 이날 공개한 CCTV 화면에 따르면 EF쏘나타 차량은 25일 오전 8시 15분쯤 장례식장 주차장에 들어섰다.
주차된 차량에서는 검은 상복 차림인 여성 한 명과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입은 남성 한 명이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내렸다. 이들은 그러나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차장 울타리를 넘어 인근 주유소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 때문에 이 남성이 유씨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검찰은 유씨가 아니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구원파 측근들이 검찰의 추적 작전을 교란하기 위해 전주에 EF소나타 차량을 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 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을 급습했을 당시 유씨가 이 EF쏘나타 차량을 타고 달아난 것으로 봤다. 이 차량은 앞서 구속된 구원파 신도가 순천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빌린 것으로 유씨의 도주를 돕고 있는 측근 양모(56·지명수배)씨가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이에 따라 EF쏘나타 차량과 유씨의 장남 대균(44)씨가 순천 은신처를 사전 답사할 때 사용했던 ‘47누 1800’ 벤틀리 차량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은 이날 오후 유씨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벤틀리 차량을 전주 도심에서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추적에 나섰지만 차량 번호를 잘못 본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검경이 순천 일대에 포위망을 구축한 상황에서 수배까지 내린 차량이 순천을 벗어나 100km가 넘게 떨어진 전주에서 발견됨에 따라 실제 유씨 탑승 여부를 떠나 포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이날 “유씨가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수색하고 있다”며 “충분한 경찰 인력을 동원해 이곳 외곽을 차단해 수색 중이며 점차 좁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포위망을 뚫고 순천을 벗어나 전주 등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기보다는 여전히 순천 일대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유씨와 함께 도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측근 양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