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50~60)=쫓기는 무리가 하나뿐일 때 단곤마(單困馬)라고 부른다. 단곤마는 탄력이 있어 쉽게 잡히지 않는다. 공격하는 측이 노골적인 포획 작전을 자제하는 이유다. 그러나 달아나는 쪽에서도 일정량의 대가(代價)는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공격자가 누리는 이 프리미엄을 '두터움'이라고 부른다. 곤마를 만들면 두터움의 반대 개념인 엷음의 형세에 처하고, 급기야 국면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흑이 ▲로 단기(單騎) 침입한 장면. 백진이 부풀어 오르자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투입한 게릴라다. 55까지 필사적인 탈출. 전형적 단곤마여서 잡히지는 않겠지만 '공짜'를 기대할 수는 없다. 백이 52로 참고도처럼 외곽을 봉쇄하는 작전을 택하지 않은 것도 단곤마를 괴롭히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과연 백은 공격하면서 '부수입'을 짭짤하게 챙긴다. 좌상귀를 현찰화했고, 58까지 좌변도 살이 통통하게 붙었다. 그러나 무엇이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법. 60이 곤마의 근거를 계속 추궁하는 호수로 보였지만 과욕임이 곧 드러난다. '단곤마는 유연하게 몰아치라'는 수칙을 어긴 것. 백이 60으로 '가'에 두어 실속을 챙기며 유유히 압박해갔으면 흑은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쫓기던 흑에게도 기회가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