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31~49)=안형준은 이번 통합 예선 닷새 동안 매일 검정 계열 색깔의 똑같은 옷만 입고 대국장에 나왔다. 4월 19일 본선행이 확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고통에 빠져 있다. 계속 슬프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나라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바둑이란 데 생각이 미쳤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두었다." 그는 "예선이 끝난 만큼 일단 옷도 바꿔 입겠다"고도 했다.
31, 33이 크게 유행 중인 수순. 이 응접의 주제는 '기자쟁선(棄子爭先)'이다. 바둑에선 돌 몇 개를 버리더라도 선수(先手)를 잡아 요소에 선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33에 대한 백의 응수는 34. 좌하귀 흑에게 여유를 주지 않음으로써 선수를 잡았고 그 권리를 38의 요처 차지에 행사했다.
34로 참고도 1이면 하변에서 백의 발언권은 강화되지만 대신 흑이 4의 곳에 먼저 깃발을 꽂는다. 아무튼 '가'도 아닌 38은 색다른 감각이었다는 평. 여기서 요충지인 '나'를 외면하고 흑 39로 단수쳐 간 수가 너무 성급했다. 47까지 우변을 처리하고 48로 달려간 수가 또 한 번 기자쟁선의 수법(46…▲). 백의 만족스러운 초반이다. 다급해진 흑이 49로 뛰어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