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싸게 안될까? 싸게 해줘~."
여행 전문 매체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지인들로부터 여행에 관한 부탁을 많이 받는다. 국내, 해외, 성수기에 마감된 호텔과 항공좌석까지 부탁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사람이 건강하며 시간적 여유와 여행에 대한 경험이 많고 현지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좀 간단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도전할만한 정보를 슬쩍 던져본다. 그리고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일정도 직접 짜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고 여행경험이 많지 않은 여행자라면 가급적 전문가에게 의뢰할 것을 권한다. 분야별로 믿을만한 여행사를 추천해준다.
대부분의 문의는 시작은 다르지만 간절하고 당당한 마지막 용건은 거의 같다. '얼마나 싸게 해줄수 있냐'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정당한 요구가 돼버린다. 얼마 전 오랫만에 연락이 와서 만난 후배도 용건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별로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변호사나 세무사와 상담하면 상담료 내지? 여행사 직원들이 평범한 3, 4일짜리 패키지여행 하나 보내려면 세계정세와 지구기후에 이르는 끝도 없는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고생하고, 항공사와 현지 등과 조율하기 위해 수십통의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 정도 가격은 줘야지. 직접 여행일정 짜고 예약 해보라구. 가격도 싸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품이 들어가는지." 그러자 지인들은 반문한다. "그렇게 해주고 돈 버는거 아닌가?"
여행업 대변인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게 있으니 좀 더 얘기해본다. 여권 하나, 항공권 하나 끊어주고 돈 버는건 88 호돌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고. 요즘은 항공권도 '제로 커미션'에, 외국의 대형여행사까지 국내시장에 뛰어들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가격비교하는 초경쟁시대라 받는 서비스에 비해 많이 싼 거라고. 그러면 조금 귀는 기울이는 듯 하지만 "내가 왜 그것까지 신경써야지"하는 표정이다. 흠.. 좀 더 리얼하게 말해보자. 가격만 보고 원가 이하 싸구려 상품으로 갔다가 현지 가이드에게 팔려서 일정 내내 학대받고 나중에 공항에서 사은품까지 뺏긴, 99만원 초특가 상품이라고 따라만 다녔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200만원 넘게 쓰고 온, 무허가 블로그 여행업자에게 사기당한, 현지민박 잘못 만나 위험할 뻔한, 사고 나고도 보상도 제대로 못 받은 피해사례 등을 쭉 풀어놨다. 그제서야 잠시 눈을 맞춘다. 문화적 소양이 높은 나라일수록 여행과 체험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제대로 주고 제대로 여행하는게 남는 거다. 너의 여행은 소중하니까. 살짝 김이 빠져가는 맥주를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린 후배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싸게 안 될까.